[엘림에듀와 함께하는 ET 논술 ]4월 셋째주 문제

 (가)국제화와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어디를 가든지 눈에 띄는 것이 외래어와 외국어다. 과거 일본어 오염은 식민지 시대에 무참한 강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외국어 오염은 우리 스스로가 자행하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 외국어를 남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외국어를 많이 구사할수록 ‘있어 보인다’는 사회 통념이다.

 최근 회사 이름을 한민족의 얼과 정서를 담은 우리말을 버리고 뜻도 모르는 영어로 ‘창씨개명’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유는 국제적으로 회사가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잘 기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영어로 창씨개명을 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지나친 영어 열풍도 언어 강점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해 1만여명이 넘은 유학생과 ‘기러기아빠’, 사교육비의 40%를 차지하는 영어교육비 등은 과히 ‘영어 광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IT업계 역시 우리말로 충분히 바꿔 쓸 수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외국어를 그대로 쓰는 것이 당연한 풍토로 자리잡고 있다.

 광고기획자들은 “이국적인 이미지, 외국상품이 질이 좋다는 선입견, 한글보다 영어가 지적이고 품위 있게 여겨지는 사회통념 때문에 상품명이나 설명 등을 외국어로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외국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가치 있게 보인다는 통념 때문에 사회 주도층에서 외국어 사용을 조장하고 우리 말과 글을 홀대한다는 지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가치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외면하고 남의 것을 모방하는 데 급급하면서도 조금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우리 언어문화를 통해 왜곡된 국민의 신경증과 사회병리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고유한 말과 글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전해온 전통과 문화가 담겨져 있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말과 글의 과학성과 표현 능력은 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한글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강대국인 중국을 비롯, 오늘날 미국에 이르면서 어느새 사대주의에 젖어 강대국의 언어를 따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토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략)

 -전자신문, 2005년 8월 31일자

 

 (나)전에 집안 청년이 와서 글을 쓰는데, ‘강화도에서 만들어진 화문석’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강화도에서 ‘만든 화문석’이 아니고 ‘만들어진 화문석’이냐? 물었더니 주어가 화문석이니 문법상 피동형인 ‘만들어진’이라야 맞다는 설명이었다. 그 문법이라는 것은 우리 문법이 아니고 분명히 영문법이었다.

 필자는 우리말에 이처럼 영문법을 적용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연상되는 일이 하나 있다. 오래 전 일이다. 우리말을 하는 서양 사람을 만났더니 명함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나의 명함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맞기는 맞는데 이상했다. 영문법에 따라 우리말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으로 한다면 ‘명함을 드립니다’ 정도로 될 것이다. ‘나는’이라는 주어와 ‘나의’라는 소유 형용사가 생략되었다. 우리말에서는 이처럼 주어나 소유 형용사는 피차 다 아는 양해 사항으로 하고 생략하는 것이 정상이다. 붙이면 오히려 어색하고 이상한 것이 우리말이다.

 그런데 영문법대로 주어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동형이 남용되고, 그 바람에 우리말의 체계 자체가 어색하게 뒤틀리고 말았다. 화문석은 당연히 그 고장 사람들이 짜는 것으로 무언 중에 양해되고 있기 때문에 생략된 것이다. 언외에 살아있는 것이니 ‘만들어진’이라고 피동형으로 할 필요는 없고, 하면 우리말답지 않게 어색하다. 어색하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름다울 리 없고, 아름답던 우리말이 묘하게 뒤틀린 것은 우리 어법이 아닌 영문법에 따라 쓰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할밖에 없다.

 -김성한, 「뒤틀린 한국어」

 

 (다)정보기술(IT) 업계는 그 특성상 외래어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이 IT를 주도하다 보니 자연히 외래어가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습관적으로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런데 일부 대형 외국 게임업체들이 국내에 자사 게임을 출시하면서 영어를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외래어 사용이 관행처럼 굳어진 분야에서 우리말 표현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수천 가지의 퀘스트 지문과 아이템 이름에 한글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회사는 우리말 표현을 하면서 영어를 단순히 한글로 직역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맛깔나는 표현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도 아닌 외국 게임업체가 이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을 위해 블리자드코리아는 미국 어바인 본사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갖고 한글화팀까지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외래어 위주 용어나 명칭을 관례적으로 사용해온 국내 게임업체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중략)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사용 인구만 봐도 세계 12위에 달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글자 하나 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내는 음소문자 측면에서도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해 있다. 이같은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인정해 유네스코는 지난 1989년 세종대왕상을 제정, 매년 인류 문맹률을 낮춘 단체나 개인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 또한 한글은 정보화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문자로도 정평이 나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 문자 메시지 입력시 영어·중국어·일어 등 다른 언어보다 훨씬 빠른 것이 한 예다. 이같은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IT업계는 외래어 대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어 사용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왔다. 물론 모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간혹 외래어를 무리하게 한글로 직역하는 바람에 뜻이 더 모호해지거나 말의 미묘한 차이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금처럼 IT업계 전반에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외래어 대신 정감 넘치고 과학적인 의미를 담은 우리말을 보다 많이 쓰이게 하기 위해선 민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외래어가 처음 소개될 때부터 한글학회 등 유관단체와 손잡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 보급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전자신문, 2007년10월 08일자

▶1. 내용 파악하기

 제시문 (가)의 중심 주장을 2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2. 적용하기

 제시문(가)∼(나)를 바탕으로 우리말답지 않은 어색한 표현의 구체적인 사례를 400자 내외로 제시하시오.

▶3. 종합적으로 논술하기

 일부 대형 외국 게임업체들이 국내에 출시한 자사 게임에서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례가 시사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보고 외래어 남용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보다 많이 쓰기 위한 방안에 대해 서술하시오.

 -김은정, ㈜엘림에듀 집필위원, 엘림에듀 대치 직영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