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패널업체 "나는 되도 너는 안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지난해 삼성·LGD의 대만 업체 조달 비중

 세계 1, 2위 LCD 패널업체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최근 대만 업체로부터 백라이트유닛(BLU)을 구매하는 사례가 부쩍 잦다. 지난해이후 양사가 이른바 ‘글로벌 소싱’ 강화를 선언한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만 BLU를 활용하겠다는 뜻이나, 역으로 국내 협력사들에게는 구매단가 압박의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국내 BLU 협력사들도 품질과 원가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해외 패널업체에는 판로를 막고 있는 관행에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패널업체의 경우 그룹 오너 일가의 협력사가 물량을 공급하는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5일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노트북 패널의 18%에 해당하는 BLU를 대만 ‘라디안트’사로부터 구매했다.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의 노트북 패널 전체 출하량이 889만대였다는 점을 감안할때, 무려 160만대 이상에 달하는 규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에도 200만대 가까운 노트북 패널용 BLU를 라디안트에서 사들였다. 까다로운 품질기준이 요구되는 TV용 패널 BLU도 지난해 1분기와 4분기 전체 TV 패널의 4% 가량을 대만 라디안트로부터 구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대만 ‘코어트로닉’에서 모니터용 패널의 BLU 물량 가운데 16% 가량을 조달했고, 3분기에는 그 비중을 30%로 늘렸다. 지난해 2분기에는 코어트로닉으로부터 TV용 패널 BLU의 6%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이후 삼성·LG의 해외 구매가 빈번해지자 국내 BLU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태산LCD 관계자는 “패널 업체들로서도 원가경쟁력을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협력사들도 받아들여야 할 시장원리 아니겠느냐”면서 “결국 갈수록 박한 마진구조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LG의 이같은 관행은 국내 협력사들에게 경쟁을 요구하면서 반대로 다른 패널업체에 납품하는 것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BLU의 경우 핵심 장비와 달리 부품중에서도 가장 ‘범용화’된 부품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실제로 삼성·LG의 BLU 협력사 가운데는 단 한곳도 다른 판로를 확보한 업체가 없다. 나노하이텍·온누리 등 일부 군소 업체들이 중국 패널업체인 비오이사에 BLU를 공급했던 정도다. 한 BLU 업체 대표는 “패널 업체들이 신규 출시하는 전략 모델의 정보가 새어 나갈 우려가 있다며 막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만 패널업체들은 자국내 협력사들에게 용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이유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패널업체의 경우 그룹 오너 일가의 협력사가 물량을 독점하는 양상도 갈수록 심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특수관계사’이자 국내 최대 BLU 업체인 희성전자(대표 류철곤)에 물량 ‘밀어주기’ 관행도 더욱 강해진 양상이다. 지난해 3분기만 해도 희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가 판매하는 전체 노트북 패널의 47%, TV용 패널의 63%의 BLU를 각각 차지했으나 4분기에는 각각 58%와 72%로 더욱 늘어났다. 가장 돈이 안된다는 모니터 패널용 BLU만 빼면 LG디스플레이의 BLU 조달물량은 희성전자가 갈수록 독식하는 셈이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