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부실 등 경기 한파로 주가에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 발표로 투자자들을 일단 안도시켰다. 인텔에 이어 IBM, e베이 등이 애널리스트의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주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지난 1분기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이상 하락했다. 다우지수, S&P500 등 미국 3대 주가 하락폭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폭락해 IT 성장 전반에 의문표가 던져질 정도였다.
◇“휴∼ 미국 경기 상황 최악은 아니다”=1분기 기술주 실적 중에선 16일 발표된 인텔 실적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텔 실적은 IT업계 전반의 실적을 가늠해보는 바로미터로 통하기 때문이다. 인텔의 1분기 매출은 9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9%나 증가,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돌았다. 순이익(14억 달러)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월가에선 ‘재앙’이 비켜갔다며 인텔 주가를 7% 가량 끌어올렸다.
인텔에서 희망을 본 투자자들은 ‘빅 블루’인 IBM 실적에 또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IBM은 전년 동기대비 11% 증가한 245억달러의 매출, 순이익은 23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 수치를 내놓은 샘 팔미사노 IBM CEO는 “향후 전망도 계속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CEO 교체와 온라인 판매자와의 수수료 갈등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e베이도 뜻밖에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사용자 증가율은 떨어졌지만, 순이익은 22% 증가했다. 그동안의 기술주 폭락이 2001년 닷컴 버블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과민반응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차 성적표 중에선 구글이 ‘관건’=그렇다고 완전히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모토로라의 실적발표가 17일(현지시각)∼24일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지난해 ‘황제주’였던 구글의 실적이다. 구글의 실적은 전세계 온라인 기업의 성장 지표로도 활용된다.
현재 투자자들은 구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 경기 침체 상황에서 매출의 97%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온라인 광고 클릭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월가에선 올들어 구글의 시가총액이 3분의 1까지 날아갔기 때문에 구글이 이를 타계할 모종의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천은 ‘구글에 관심 집중(All eyes on google)’이라는 기사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폰, 더블클릭 인수 등 다른 분야의 매출을 이끌어내야 회사 성장성이 광고 클릭률의 증감에 좌우되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수출주냐 내수주냐’=미국 소비자들이 IT와 관련된 소비와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조사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미국 IT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은 해외 매출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발표했던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미국 경기는 좋지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 전체의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세트 수요에 힘 입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도 IBM 실적 호조에 대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매출 상승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해외 진출 노력이 미국 시장의 매출 감소를 상쇄시켰다”고 평가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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