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공계의 리더인 서울대와 KAIST가 최근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통합을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17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대 이장무 총장과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서남표 KAIST 총장이 최근 각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방문, 통합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충남대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통합을 제의했으며 창원대는 한국전기연구원과을 통합할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출연연 강화를 위해 오는 5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할 ‘신정부의 국가연구개발 투자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국가 어젠다를 수행하는 출연연이 아닐 경우 대학에 붙여 시범 운영해 본 뒤 결과에 따라 통합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출연연을 대상으로 △대학 중심의 출연연 흡수 통합 또는 일대일 통합 △대학에 출연연의 일부 기능 이관 △출연연 대 출연연 통합 △현존 유지의 4개 트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대는 3주 전 KIST에 통합 및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KIST의 거부 의사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고 충남대는 제안만 해놓고 있다. 창원대는 발빠른 추진이 필요한 점은 인정하면서 주위 상황을 살피고 있다는 분석이다.
KAIST는 이보다 더 구체적이다. 서남표 총장은 최근 생명연을 방문한 자리에서 KAIST가 그 나름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BT 부문으로 생명연이 들어와 준다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적인 규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통합을 제안했다. 대신 출연연 연구원에게 교수직까지 문호를 개방해 연구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생명연은 지난 16일 오전 긴급회의를 소집, 내부 여론 수렴에 들어가는 등 제안 내용을 놓고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서 총장은 이 외에도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ETRI 등도 잇따라 방문, 이 같은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연은 서 총장이 KAIST 핵심 전략으로 꼽고 있는 태양에너지와 정밀기계, 표준연은 나노 등 정밀 측정 기술, ETRI는 IT 및 융합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출연연의 역할 재정립도 좋지만 인위적인 통폐합은 실패 사례도 있는만큼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굳이 추진한다면 출연연의 뛰어난 분야나 실험실과 대학별 특성화된 우수학과를 합쳐 공동연구센터 등을 만들어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범·신선미·권건호 기자@전자신문, hbpark·smshin·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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