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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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끝, 남극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극한 환경에도 미래의 인류를 위해 연구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주인공입니다. 그들이 전하는 세종기지의 하루입니다. <편집자주>

남극 세종기지는 누구나 한번쯤 생활하고 싶은 곳이다. 남극 땅에 첫발을 디뎠을 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다. 대원들마다 각오와 계획은 달라도 세종기지 월동대라는 테두리에서 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면서 1년이라는 기간을 지내야 한다.

세종기지에서의 기본 근무 방침은 일반 사회나 직장과 유사하다. 이곳에도 공동 생활에 필요한 규범이 있고, 대원 개개인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그러나 남극이라는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시설 내에서의 근무는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를 수반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지를 정상적으로 운영·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원들의 책임감 있는 정신 자세와 기지 내 모든 시설물의 관리 감독 및 사전 점검이 필수다. 소수의 인원으로 관리되는 세종기지는 무엇보다도 대원 상호 간의 협조 및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하루 일과는 오전 7시, 기상 방송으로 시작된다. 오전 7시 30분에는 근무자를 포함한 모든 대원이 아침식사를 하고 조리담당자는 오전 6시에 기상해 휴무일 조식을 제외한 모든 식사준비를 한다. 취침시간은 다른 대원들의 휴식 및 취침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이 조절하고 있다. 기지 청결을 위해 평일에는 일과 종료 후 30분씩 청소를 실시하고 주말에는 오전에 기지의 내, 외곽 대청소를 수행한다.

기지월동생활이 시작 되기 전 가장 중요한 일은 1년 동안 필요한 모든 물자를 하역하는 공동 작업으로 월동대의 큰 임무 중 하나다. 타 기지의 바지선을 빌려오고 세종기지에서 보유하고 있는 거북호를 이용해 기지에 체류하는 모든 인원이 동원돼 주야간 구별 없이 물자 하역 작업을 시작한다. 해상의 악조건 속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관계로 주위에는 많은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 특히 해상에서의 작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아무리 좋은 장비 및 뛰어난 인력으로 구성했다 하더라도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하계기간(12∼ 3월)에는 각국 기지에서 열리는 VIP 방문 및 행사에 초청받아 칠레, 러시아, 우루과이, 중국, 아르헨티나 등 주변 기지를 자주 방문한다. 또 이 기간에는 기지마다 새로운 인원으로 구성된 팀들이 서로의 우정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방문하기도 한다. 동계기간(4∼11월) 동안 남극에서의 생활은 어느 한 나라만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가 힘들다. 각종 위험 요소로 둘러싸인 남극에서는 주변기지의 어려움을 내일처럼 생각하며 도와주는 국경 없는 우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정된 장소와 공간에서의 세종기지 월동 생활 중 대원들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체육활동, 타 기지 방문, 생일 파티, 종교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멀리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감정을 나누는 것. 위성인터넷을 이용해 세상의 끝, 남극에서 고국과 e메일, 동영상 등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에게 소식을 전한다. 그리움을 한껏 담아 편지지에 한자한자 써내려간 가슴 절절한 편지도 세상과 남극을 이어주는 따뜻한 통로다.

  세종과학기지(남극 킹조지섬)=장성호 극지연구소 선임행정원 shjang@kop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