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그녀를 예고없이 두 번 마주쳤다. 6년 전 그녀는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대한민국게임대전 전시장을 찾았다. 지난해에는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 조찬 모임에도 나왔다. 국감 때마다 ‘공무원 잡는다’는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47·고양시 일산 서구)이다.
세 번째 만나고 보니, 그녀를 IT 바닥에서 자주 마주친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기피 상임위원회로 꼽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현역 최장수위원(6년)이다.
“벌써 4선이시죠?”
중진 의원이라는 명명백백한 ‘사실’로 먼저 인터뷰의 운을 뗐다. 안 그래도 김 의원은 중진 의원이라는 당 안팎의 시선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모양이었다.
“저는 변한 것이 없는데 주위에서 자꾸 중진이라는 말을 합니다. 5선, 6선 의원들이 많이 없어지면서 4선이 예전보다 더 큰 무게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얼굴엔 TV토론이나 청문회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앳된 미소와 부드러움,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긴장감이 복합적으로 교차했다.
“여기까지 오다 보니 국민이 너무나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는 ‘과기계 일’을 오래했지만, 지켜보고 기억하는 국민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자갈이 모여 성벽이 되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초선의원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묵묵히 일하라. 당장에는 표 나지 않을지라도 지켜보는 국민이 있다고요.”
김 의원은 자신의 인생철학을 ‘배움’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법학(학사)·경영학(박사 수료)·행정학(석사)·문화산업(영화학 석사)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건국대 도시행정대학원 겸임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끊임없이 배움으로써 ‘부강한 나라 만들기’에 모든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
그 열정은 알겠는데, 변호사 출신이면서 유독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궁금했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도 과학기술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일할 작정이다. 특히, 지식경제부를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한 지식경제부’로 거듭나게 하는 데 힘써 보겠다고 했다.
“첨단 과학정보기술에 바탕을 둔 경제 활성화만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1인당 소득 3만달러 시대를 가져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도시 전면 재검토’에 대해서도 과학기술 정책을 접목하면 제3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현재 혁신도시는 기계적인 분산화에 초점을 맞추고 설계됐습니다. 이를 R&D를 기반으로 한 산업 도시로 변화시킨다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새로운 산업 성장엔진의 밑그림을 그리는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얻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4선 국회의원으로서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나름 ‘구면’이라는 점을 믿고 한 질문이었다. 보좌관이 ‘결혼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거들었다.
“사생활이 없다는 점이죠. (결혼이요?) 제게는 그게 더 어렵다고요.”
김 의원의 얼굴엔 다시 한번 앳된 미소가 흘렀다.
류현정@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