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민영화가 개별 매각으로 사실상 결론남에 따라 연내 산업은행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논란이 계속됐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개별 민영화로 가닥이 잡힘에 따라 한국투자펀드(KIF) 설립 등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산업은행을 지주회사로 만들어 조기에 매각하는 방식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또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을 한데 묶어 파는 이른바 ‘메가뱅크’ 방안에 대해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못박아 단독 민영화 방침을 강조했다. 개별 매각으로 결론난 이유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도 대형화만을 위해 산업은행 민영화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며 조기 매각방안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달 말 구체적인 매각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큰 방향은 연내 산업은행과 자회사들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향후 지분 49%를 매각하는 절차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주회사는 향후 산업은행 업무 중 투자금융(IB) 부문과 대우증권을 주축으로 하는 민간영역이 중심이 되며 공적인 부분은 새로 설립되는 한국투자펀드(KIF)로 이관된다.
산업은행 민영화에 4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위는 이 대통령이 3년 내에 민영화할 것을 주문하는 등 무엇보다 민영화의 신속성을 강조하고 있어 2011년까지 지분 49%를 매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비은행 자회사들의 지분 매각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달 이미 매각 작업에 돌입한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속도도 빨라지는 것은 물론 다른 채권단과 의견차이로 매각이 지체되고 있는 현대건설 등의 매각 작업도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매각 안이 채택된 이유는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과 우리금융지주 쪽에서 강력하게 밀며 힘을 얻는 듯 했던 메가뱅크 안은 덩치가 너무 커져 매각이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 금융기관을 한 데 묶는 메가뱅크는 자산규모 500조원대로 세계 30위권, 아시아 10위권의 초대형 금융회사가 돼 이만한 덩치의 매물을 인수할 만할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 위원장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던 산업은행 단독 매각 안이 그대로 채택됨에 따라 금융정책의 결정권이 금융위에 있다는 점이 확인됐고 전 위원장도 향후 금융정책 결정에 있어 힘을 얻게 됐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