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MB 실용외교가 교차 투자 `물꼬`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 외교’는 일본에서 더욱 강화됐다. ‘과거 문제’보다는 ‘미래 문제’를 다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FTA 협상을 위한 실무회의 재개, 부품소재 공단 설치 및 중소기업 간 교류 확대 등의 안건은 CEO 대통령으로서 챙겨야 할 실리였으며 이를 양국정상 회담 공동발표문과 CEO서밋 라운드 테이블 합의문에 넣을 만큼 구체적이었다.

 ◇셔틀 외교 시작=4월 20일부터 21일까지 불과 이틀에 걸친 일본 방문이었다. 청와대는 ‘공식실무 방문’으로 지칭했다. 올해 2월 25일 방문한 후쿠다 총리의 방문에 이은 답방형식으로 “셔틀 외교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4월 일본 방문에 이어 7월 9일 일본 도야코에서 열리는 G8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해 후쿠다 총리와 다시 정상회담을 갖는다. 후쿠다 총리 역시 올 하반기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기로 해 올해만도 공식으로 네 번을 만나게 된다.

 ◇부품·소재 전용공단 성과=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며 취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과제였다.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부품소재산업이 대일 무역적자 주범으로 몰리면서, 청와대와 지경부 관계자들은 부품소재 산업 육성방안을 모색해왔다.

 부품소재 산업을 위한 기업 간 협력체제 구축이라는 문제가 공동 발표문과 비즈니스 서밋 라운드 테이블에 동시에 포함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대통령과 청와대 경제수석실 등이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공동발표문과 BSR 합의문에 부품소재 문제를 언급, 일본 총리와 재계에 한국이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양국정상 첫 작품 ‘BSR’ 설치=비즈니스 서밋 라운드테이블 설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큰 성과였다. 우리나라 전경련과 일본의 경단련 등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참여한 BSR는 향후 양국간 경제 현안 및 협력문제를 다룰 핵심기구가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BSR 1차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활동에 대한 큰 기대감을 표명했다. 1차 회의에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BSR한국 의장)을 비롯해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등 재계 단체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롄 회장(캐논 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BSR는 이날 △양국의 투자환경정비와 개선△부품소재 분야에서의 중소기업간 무역이나 기술협력, 인재협력, 조인트 벤처 설립 방안 모색△환경 및 에너지절약, 지역 간 산업교류 등의 분야에서 양국기업의 제휴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정비 방안을 검토 △한일 FTA/EPA 교섭 재개를 위한 환경조성 요청△ 실무협의기관 설치 하자는 데 합의했다.

 ◇중소기업 협력 강화=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언급됐다. 하나는 중소기업 정책에 관한 양국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 간 비즈니스 협력의 확대다. 양국 정상은 발표문에 “중소기업정책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한일 중소기업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양국의 중소기업정책 실시기관 및 민간단체도 참가하는 당국 간 협의를 실시하기”로 명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실시하는 상담회, 한일 산업기술협력재단이 실시하는 비즈니스 교류 촉진사업 및 지역 간 교류사업 등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일본 부품소재 전용공단 어디로 들어설까

 정부가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한국 유치를 위한 전용 공단을 마련키로 하면서 이를 둘러싼 경상북도와 구미시, 경상남도와 부산시, 창원시 등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 의향을 가진 일본 기업들이 물류 및 주변여건 등을 이유로 영남권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향후 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 등 고부가 IT제품용 부품·소재 분야에 일본 기업의 투자가 집중될 경우, 입지 우선 순번은 구미시다.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 아사히글라스가 구미공단에 진출해 있고, 고도성장 중인 국내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뛰어나다는 이유다. 급성장 중인 2차 전지와 관련해서도 세계적 세트업체가 몰려 있는 구미는 일본에 더없이 매력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4공단에도 33만㎡(10만평)의 임대단지가 남아 있다. 경상북도도 외자 유치와 관련될 경우 용도변경을 해서라도 5단지에 추가적인 공간을 배치한다는 계획이어서 공간 문제는 거의 없는 상태다.

 박소춘 한국산업단지공단 중부지역본부장은 “구미는 산·학·연 연계 벨트, 생산 인프라, 산업 집적도 등에서 탁월한 강점을 가진 지역”이라며 “부품소재 산업의 파급력에서도 일본이 충분히 매력을 가질 만하다”고 자신했다.

 이에 맞선 부산 경남은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기간산업과 연계된 부품·소재 기업이 가장 많이 분포된 장점을 내세웠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K 등 굵직한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부품소재 기업이 수요처 확대 등을 목표로 입지조건을 고른다면 더없이 좋은 평점을 낼만한 지역이다.

 창원과 마산시도 경쟁에 가세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에 500여개, 마산 경남거점로봇센터에 100여개 기업이 왕성하게 움직인다.

 한일균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기간산업과 새로운 신흥 분야가 조화롭게 발전해 가고 있는 경남지역이 일본 부품·소재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부산=임동식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