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수도로 불리며 국가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울산에는 자동차와 조선산업 중심의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와 석유화학 및 철강 중심의 온산국가산업단지 2개의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고 있다.
총 4만8055㎡ 규모의 울산미포 단지에는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와 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재 총 755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산업단지공단 울산지사 관계자에 따르면 단지 내 조선 분야는 대형 조선사의 실적 호전 속에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지만 자동차 분야는 관련 기업의 해외라인 및 고급형 생산 라인 증설에 따라 중소 부품제조기업의 부침이 심해 단지 전체적인 기업 생산 동향은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울산미포 단지의 올해 2월까지의 산업동향 자료를 보면 입주기업 대비 가동기업 비율(가동률)은 87.1%로 작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50인 이하 소기업의 가동률은 83.8%로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에 비해 낮았다. 반면에 전체 생산은 누계 15조9329억원으로 22.6% 상승했다.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의 생산설비를 갖춘 현대자동차와 세계 최대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이 단지 전체 생산율을 여전히 높여주고는 있지만 중소기업의 활동은 예전같이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주도로 처음 조성된 울산미포 산업단지는 몇 해 전부터 단기 요소투입형 생산에 치중한 나머지 어느 정도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존 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대·중소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고, 연관 산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울산미포 산업단지의 숙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 같은 숙제를 풀 것인가. 해결사로 나선 산업단지공단 울산클러스터추진단은 ‘자동차 부품의 글로벌 공급기지 구축’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2005년 추진단 설립과 함께 자동차 부품업체의 대형화, 전문화, 연구개발 역량강화, 부품수출 역량강화를 세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클러스터사업과 울산 전체 자동차 산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현재 울산 북동부 지역에 자동차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전략적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오토밸리 조성사업을 울산시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울산미포 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 글로벌 비전은 ‘부품 특성화’와 ‘R&D 역량 강화’를 핵심 양축으로 추진된다. 추진단은 지난해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 사업’과 ‘토털 인테리어 연구 클러스터 운영 사업’을 벌여 중소기업의 특성화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대중소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품목별 미니클러스터를 구성해 부품 기술개발 방향, 신기술 정보 등을 공유하고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비전과 개발 목표를 함께 논의해 부품 일류화를 유도하는 사업이다. 토털 인테리어연구 클러스터 운영은 메이커와 인테리어 부품사 간 교류를 통해 새로운 고감성, 친환경 인테리어 디자인을 찾기 위한 목적이다.
또 연구개발(R&D 역량강화 사업에 200억여원의 사업비를 투입, 친환경 저가 자동차부품과 차세대 자동차용 첨단부품소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은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에 달렸다. 추진단은 역내 17개 지원기관으로 구성된 지원기관협의회 결성을 주도하는 한편 대학·연구소·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소규모 협의체 미니클러스터를 자동차부품 분야별로 4개를 조직, 현재 2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추진단은 앞으로 단지 내 부품업체 기술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자동차 핵심장비구축 사업 등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임명규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 울산지사장
“산업 분야에서 울산의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은 업종별로 국내 생산액의 35% 이상을 차지하며 전체 수출의 1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100조원을 넘어선 매출액은 단일 도시 규모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울산의 저력은 바로 울산미포와 온산 2개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임명규 울산지사장은 우리나라의 GDP와 수출을 떠받치는 도시가 울산이고, 산업도시 울산의 심장은 울산 산업단지라며 울산미포와 온산 국가산업단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울산의 산업성장은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단기 매출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산업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자체 기술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인 채 이것이 결국 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임 지사장은 이에 대해 “더욱 큰 틀에서 기존 산업이 지닌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산업 고도화와 미래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울산지사와 클러스터추진단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울산미포 단지를 중심으로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자동차부품의 글로벌 공급기지’를 구축하고자 현재 활발한 혁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원기관협의회 구성 등 그간의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기업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경영상의 애로사항 발굴과 해소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울산이 자동차 부품 관련 국내 유일의 혁신클러스터인 만큼 산업 단지내 기업뿐 아니라 울산시 전 지역에 산재한 부품 소재기업이 고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자체 및 관련 기관과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사업의 성과가 단지 외부로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입주기업/파웰테크윈
파웰테크윈(대표 손희근 www.powelltw.com)은 지난달 중동시장을 겨냥해 울산시가 추진한 시장개척사업에 참여, 7건에 175만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회사 설립 후 10여년 동안 축적해온 지속적인 기술 응용 노하우와 해외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결합해 이룬 결과물이다.
파웰테크윈은 첫 해외 수출 실적을 토대로 올해에만 3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파격적인 수출 계약과 자신감 넘치는 매출 목표는 자동차 부품 틈새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자동차전자종합관리기 ‘카시스(CARSYS)’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 자동화 설비, 관련 소프트웨어개발 등 주로 기업 FA(공장자동화) 시장에 주력해 온 파웰테크윈은 그간 축적해온 응용기술을 십분 활용해 새로이 자동차 부품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말 카시스를 개발 출시했다. 한마디로 카시스는 파웰테크윈의 응용기술 노하우과 지역 자동차 산업을 고려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결합해 나온 제품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연비 향상 및 배기가스량 감소 문제와 소비자 니즈에 편승한 편의·안전장치의 증가로 전기·전자부품의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파웰테크윈은 이 점에 주목했다. 그만큼 차량 구조는 복잡해졌고 늘어난 각종 소모품의 필수 점검 및 교환을 소비자가 일일이 체계적으로 하는 것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카시스는 자동차의 정확한 엔진운동량을 계산하는 동시에 각 소모품의 남은 점검시기와 통합 산출해 운전자에게 자동차 소모품의 점검 및 교환시기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현재 호평 속에 옥션 등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협의 중인 정유업체와의 OEM방식의 납품 등을 통해 연간 15만개가 팔릴 것으로 파웰테크윈 측은 기대하고 있다.
손희근 사장은 “중동 수출에 이어 다음달에는 이스라엘과 250만달러 규모의 수출협상이 예정돼 있다”며 “올해를 해외시장 개척의 원년으로 삼아 미국·독일 등 전세계 유명 자동차 부품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해외 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울산미포 산업단지 생산·수출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