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와 IT를 결합한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신정부의 산업 어젠다로 떠오르면서 부산과 경남, 울산을 잇는 동남권 산업벨트가 주목받고 있다. 조선, 자동차, 기계 등 현재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전통 기간산업의 본산이 바로 동남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매출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중 이곳 동남권 소재 기업은 현대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르노삼성, 두산중공업, 엘에스니꼬동제련 등 10개로 대부분 조선, 기계, 자동차, 제련 분야다. 동남권 소재 중소기업은 이러한 대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성장했다. 중소기업 업종 분포 역시 조선기자재, 자동차·기계 부품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전통 기간산업에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삼겠다는 정부의 전략적 산업정책은 동남권의 기술 집약형 벤처·이노비즈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 IT기반 제조 및 서비스업 비중 낮아=부산발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사업체 기준으로 동남권의 조선, 기계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제조업의 93.8%에 이른다. 반면에 전자정보, 신소재 등 IT기반 제조업 비중은 겨우 6.17%에 불과하다.
서비스업 수치는 더욱 심각하다. 정보통신서비스,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등 첨단 IT기반서비스 비중은 2%에도 못 미치는 1.68%고 숙박 등 전통 서비스업 비중은 98.29%에 달했다. 전국적으로도 동남권의 IT기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동남권이 전통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강세 속에 IT를 기반으로 한 지식산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그만큼 늦다는 점과 동시에 IT를 접목해 변화·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 꿈틀거리는 제조와 IT 융합=이러한 현황 속에 최근 제조와 IT를 결합해 전통(제조)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부산 사상공단 소재 산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건양ITT가 지난해 말 오픈한 부품조달 e마켓플레이스는 열악한 지역 중소 부품 제조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량이지만 특정 부품 하나 만큼은 최고로 잘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지역 중소기업들은 이제 e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해외 수출까지 꿈꾼다.
부산의 IT기업들은 부산컨버전스협의회를 결성, 지역 제조업에 IT를 접목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경남에서는 홈네트워크 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중소기업과 건설사가 연합해 공기관과 대학의 지원 아래 홈네트워크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오는 6월 경남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제조와 IT의 결합을 주제로 ‘국제 유비쿼터스 제조IT솔루션 전시회(UBI-MEX 2008)’가 열린다. 기계, 조선 관련 지역 대·중소기업에 IT접목 필요성과 마인드 확산을 위한 목적이다.
◇ IT기반 혁신형 중소기업이 희망=IT기반의 벤처·이노비즈 기업은 지역과 국가 산업의 뿌리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는 싱싱한 잎과 열매를 맺는다. 지역 곳곳에 뿌리처럼 뻗어 자라나는 건실한 중소기업은 지역 산업의 희망이자 국가산업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현재 부산에는 벤처 및 이노비즈 기업이 850여개, 경남에는 1100개사가 운영 중이다. 전국 대비 5% 안팎에 불과한 수치지만 지역에서 이들 기업은 일반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2.6배, 매출 3.2배, R&D 투자 3.4배 등 훨씬 높은 기여도를 나타내고 있다. 급변하는 기술 및 시장 트렌드를 예의 주시하며 한발 앞서 기술과 상품을 개발, 동종 업계와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 기업이 지닌 공통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부산과 경남의 혁신형 중소기업은 개별 기술 개발을 넘어 이업종 간 기술 교류와 산학협력, 지역 전통산업에 IT 접목 등을 리드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화두인 IT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춰 지역 산업의 체질 변화는 이들 기업에서 시작되고 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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