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이노비즈 기업]기고-박환기 부산벤처협회장

 특화 기술개발과 해외 수출 등에서 최근 동남권 벤처·이노비즈기업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수도권 벤처캐피털의 부산 나들이가 부쩍 잦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다. 기업마다 규모가 크면 큰대로 지역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작으면 그 나름대로 틈새시장에서 선전하며 관련업계에 희망을 안겨준다. 부단한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면서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일 것이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업계 전반의 활성화가 기업의 독자적인 능력에 바탕을 둔 개별기업의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IT를 정점으로 BT, NT 등 융합기술이 세계 과학기술 발전의 대세로 여겨지고, 정부가 앞장서 조선, 건설 등 전통 기간산업에 IT를 접목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요즘 시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동남권 산업활성화와 신성장동력의 토대인 동남권 벤처·이노비즈 기업은 이제 네트워크를 강화해 공동번영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 간 기술 및 정보교류를 강화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협업기술과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례로 최근 부산의 벤처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소모임을 결성, 기업에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장점은 공유하고 있다. 생산 및 기술개발 전문기업과 마케팅이 강한 기업이 모여 판촉 시너지를 내고, 기술력 있는 창업 초기 기업과 자본이 우수한 중견기업이 만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 덩치 큰 기업이 멘토가 돼 신생기업에 경영컨설팅을 해주는 한편 마케팅에 목말라하는 기업들은 스스로 마케팅클럽을 만들어 해외 바이어의 상세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몇몇 기업이 IPO나 M&A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자 상장연구회를 조직해 금융전문가와 밤늦도록 토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역 및 국가산업 역시 하나의 큰 조직이자 시스템으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시장을 비롯한 경영환경은 계속해서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과 상생은 이제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지역과 국가 경쟁력까지 좌우하기 시작했다. 나와 우리, 지역과 국가를 위해 서로를 경쟁상대가 아닌 동반자 개념으로 바라보며 한발 먼저 다가서려는 노력이 벤처기업에 필요하다.

sec@autonic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