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태] "김용철 폭로부터 이건희 회장 퇴진까지…"

 작년 10월 29일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사태는 100일간의 특검수사를 거쳐 이건희 회장의 퇴진이라는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됐다. 세계 초일류기업 도약이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룹을 진두지휘한 이 회장의 퇴진은 어떻게든 향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 폭로에서 특검수사 개시까지=작년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이 50억여원의 비자금을 차명계좌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틀 후인 31일에는 정상명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에서 “대검찰청과 중앙지검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으로 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11월 1일과 2일 김 변호사는 삼성의 전방위 로비가 이건희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로 이뤄졌으며 에버랜드 전환사채 의혹 사건의 증인도 조작됐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11월 14일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 3당은 삼성 비자금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과 조준웅 특검 임명 등을 거쳐 올 1월 10일 삼성특검이 출범했다.

 ◇삼성특검 숨가빴던 100일=수사 개시 이후 김 변호사를 참고인 조사하는 것으로 업무를 개시한 삼성특검은 4월 17일 수사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소환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부사장 등 핵심 관련자가 잇따라 소환되며 삼성그룹은 통상 연초에 이뤄지던 인사를 미루고 투자 계획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월 18일 성영목 신라호텔 사장이 처음으로 소환된 것을 비롯해 특검에 불려간 임원은 20명이 넘었다. 특히 4월 4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특검 조사에 임한 이 회장은 2차 소환 뒤 ‘자신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에 대한 깊이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이 회장 퇴진을 비롯한 다양한 예측이 제기됐다. 4월 17일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10명을 불법 차명계좌 의혹과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불구속 기소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날 삼성 측은 “특검 수사를 계기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고 다음주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쇄신안 발표 시점과 그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4월 22일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안이 발표되면서 이건희 회장은 취임 20여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양종석기자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