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발표한 경영 쇄신안을 향한 시민 사회단체의 반응이 엇갈렸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근본적인 문제인 경영권 승계를 두고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고 비판한 반면에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삼성이 투명경영을 약속하는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내놓은 것을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영희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실체나 진실을 인정하는 내용이나 비자금 조성 경위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며 “경영진이 퇴진한다고 하지만 기업 구조개선 방안 등의 언급이 없어 완전한 쇄신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삼성 사건의 원인이자 근본 문제점이었던 경영권 승계 문제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최광식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아직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삼성이 쇄신안을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더구나 투명경영을 약속하는 등 예상보다 강도 높게 쇄신안이 발표돼 추후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경만 선진화국민회의 정책실장도 삼성이 선도적으로 경영 쇄신을 하면 다른 재벌기업에도 모범이 되고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안 발표는 증시에 단기적인 충격으로 작용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이날 삼성카드를 제외하고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삼성물산(8.37%)과 호텔신라(6.72%)가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으며, 삼성증권(4.43%)과 삼성화재(2.83%) 등 모든 계열사 주식이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보합을 기록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경영진의 퇴진으로 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도 “기업의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별반 달라질 것이 없지만 삼성그룹의 리더십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악재”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날 하락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영 쇄신안의 영향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건호기자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