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걸맞은 부실관리 필요"…자통법 공청회

 한국증권연구원이 주최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공청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가운데 금융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한국증권연구원이 주최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공청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가운데 금융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자본시장통합법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멍석 깔았으니 나머지는 업계의 몫.”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이하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22일 한국증권연구원 주최로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자통법 시행령 공청회는 열기로 가득했다.

 시행령안 설명회 후 열린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시행령이 소규모 자본의 금융투자회사 창업을 유도하고 인수합병을 활성화해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겠다는 자통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아져 금융투자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돼 출혈경쟁을 야기함으로써 금융시장 왜곡과 불필요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법 취지와 달리 은행과 보험에 관한 부문이 일부 누락돼 있어서 사실상 완전한 법규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은행·증권·보험 등 모든 금융업종이 함께 아우르는 법 체제로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또 “전문적 투자자(Accredited Investor)의 인정기준(금융상품잔고 기준으로 법인 100억원, 개인 50억원)이 너무 높아 전문적 투자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인정하고 사실상 보호가 불필요한 투자자를 과잉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법 취지에 맞게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무제한적 경쟁을 위한 공정경쟁 기반 조성도 이슈로 부각됐다. 황준호 우리투자증권 전무는 “보호육성이 아니라 경쟁육성 도입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내외 기관, 은행-금융투자사, 대형사-소형사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한 경쟁기반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법의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진입장벽이 낮아지는만큼 자연스러운 퇴출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퇴출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미국은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갖췄다”며 “적절하게 퇴출시킬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으로 자통법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자산운용업계도 대폭적인 규제 완화에 기대를 드러냈다.

 조재민 마이다스자산운용 사장은 “지금까지 주식연계증권(ELS)는 파생펀드로 규정돼 10% 분산투자규제를 받지 않았으나 증권펀드로 분류됨에 따라 분산투자 규제를 받게 됐다”며 “파생펀드 규정을 유지하든지 아니면 ELS는 예외로 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사가 규제완화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성훈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업계가 요구했던 규제완화가 실현된만큼 업계 스스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거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임매매 등은 법의 취지에 맞게 투자자에게 안내하고 설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이 준비한 300여 좌석이 가득 찼으며 100여명은 선 채로 공청회를 지켜봤다. 입추의 여지도 없어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방청객은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최 측은 그만큼 자통법으로 인해 변화할 금융시장 환경에 민감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