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물러나면서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조직과 사업 역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그룹 총수로 대규모 투자와 같은 중요 결정을 이건희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챙겼다는 면에서 이 회장 퇴진이 자칫 삼성전자의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는 삼성전자 투자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가 축소되거나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사업부 단위로 투자를 단행하면 해당 전문 CEO의 행보가 그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그룹 차원에서 22조5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에는 애초 투자액으로 25조원을 계획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했지만 협력사나 관련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반도체 관련 투자는 현재까지 거의 없는 상태다.
해외 사업장에서 시장개척 업무를 맡게 된 이재용 전무의 공백 역시 삼성의 투자를 소극적인 방향으로 이끌 전망이다. 업계는 “이재용 전무가 일단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해외 사업장으로 가지만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며 “삼성의 투자도 힘을 비축해 놨다가 이 전무가 돌아올 때 뭔가 갖고 올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삼성은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의 공백 그리고 주요 인사의 재판 진행에 따른 해외언론과 경제계의 불안한 시선으로 해외 신인도가 깎이면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 등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끊어지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노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하는 삼성맨들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상징과 같은 이건희 회장이나 전략기획실이 없어진 상태에서 반도체나 LCD 라인 같은 대규모 투자를 수반한 결정을 전처럼 내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며 “누가 오더라도 현 시점에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수인계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달 삼성전자의 최고 사양의 풀HD 120㎐ 보르도(LCD TV) 750, 차세대 표준화를 이룬 블루레이, 프린터 신제품 발표회 등으로 비즈니스 횃불을 재점화하고 25일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공개로 삼성의 건재함을 과시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당일 IR에서 경영목표와 투자계획을 공식화하고 이후 이어지는 2주간의 해외 로드쇼를 거쳐 해외의 불안감을 달래고 신인도를 복원한다는 생각이다.
통상 3월에 열어왔으나 특검 정국으로 미뤄온 대만 ‘삼성 모바일 솔루션(SMS:Samsung Mobile Solution) 포럼’도 다음달 말께 개최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SMS는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주도하는 행사로 매년 1000명 안팎의 관계자를 끌어모은 주요 행사다.
무엇보다 삼성은 움츠렸던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임직원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음달 임원인사 후 각종 사내 행사와 인센티브 제공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다잡을 예정이다. 여기에 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강남사옥 이전 등을 재추진하면서 삼성 창사 70돌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는 계기로 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문정 기자, 강병준기자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