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심장이 엔진이듯 게임의 핵심도 엔진이다. 엔진은 게임을 만들 때 기초 공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만큼 엔진은 만들기 어려워 대개 수입에 의존한다. 온라인게임 강국이라지만 아직 자체 엔진을 쓰는 게임 업체가 적은 게 현실이다.
열림커뮤니케이션(대표 방갑용)은 직원 스무명 남짓한 소규모 개발사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인 ‘아이시스’를 갖고 있다. 자체적으로 엔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다들 외산 엔진을 쓰는데 굳이 자체 개발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묻자 방갑용 사장은 “외산 엔진의 성능을 80%를 내느니 자체 엔진의 잠재력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열림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게임은 자체 개발 엔진으로 만들었다. 가장 최근의 결과물이 ‘발크리드전기’다. 발크리드전기는 80년대 전자오락실 게임의 대명사인 갤러그 풍의 슈팅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바꾼 작품이다. 게임 시장의 큰손, NHN이 퍼블리싱을 맡은 사실만 봐도 이 게임의 완성도를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이지만 이용자들의 평균 체류시간이 무려 188분이 될 정도다. 보통 비공개 테스트 중 평균 체류 시간이 60분을 넘으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니 발크리드전기의 재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독특한 기획의 발크리드전기 개발 동기에 대해 방갑용 사장은 “빈 땅이 없기 때문”이라고 명료하게 말했다. 각 게임 장르 별로 자리를 잡은 게임이 너무 많아 신천지를 찾아다닌 결과 새롭게 발견한 분야가 종 스크롤 슈팅게임이었다.
이름은 비록 생소하지만 열림커뮤니케이션은 그 역사가 10년이나 됐다. 10여년 전까지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와 교육용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었던 방 사장은 외환위기 당시 썰렁해진 주변 상가와는 대조적으로 늘 사람이 붐비는 게임 상가를 보고 본격적인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PC 패키지 게임을 만들었는데 불법복제의 광풍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2003년 온라인게임으로 방향을 전환, 자동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어린이용 RPG ‘얍카’를 선보였고 2006년 ‘소환대전 큐이’를 내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어 2008년 회사의 일대도약을 노리고 만든 발크리드전기를 출시했다.
털털하고 넉넉한 이미지로 게임계의 ‘김창완’이라고 불리는 방갑용 사장은 “지난 10년간 회사가 어려울 때조차 진심으로 회사를 위해 함께 노력해 준 개발자들이 열림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의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