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해도 너무한 발상

 요즘 관가는 기업 규제 ‘대못’ 뽑기로 분주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기치로 내건 이명박정부의 철학이 담겨 있는만큼 이보다 더 공무원들이 열정을 쏟는 업무도 없을 게다.

 정부가 267개 각 부문 규제사항을 취합해 선별 작업과 실천 계획을 짜고 있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이것도 고쳐달라” “저것도 바꿔달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이 와중에 시끄러운 장터에 잡상인 끼어들 듯 엉뚱한 주장까지 섞여들어 전체 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직장 내 성희롱 방지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것과 장애인 의무 고용 규정을 풀어달라는 주장이 그것들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성희롱 방지와 장애인 고용이 규제 개혁 대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기업을 보는 눈이 곱지 않다.

 툭하면 터지는 비자금이니 로비 의혹, 권력 유착 등으로 스스로 불신감을 키워온 측면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국민은 이명박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에 힘을 실어줬고 그 선택에 따라 기업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무언의 동의를 보내고 있다.

 풀 것을 푸는 것과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들이 왕성하게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와 구시대의 폐악을 되살리는 것은 맞바꿀 일이 아니다. 전 세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뒤처져선 생존할 수 없다.

 인권·복지·환경은 당장의 기업 이윤보다 더 먼 미래를 규정하는 가치다. 기업들 스스로 이런 가치에 먹칠을 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도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진호기자<신성장산업부>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