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500억원을 들여 건립하는 과천과학관에 인력은 고작 80∼90명을 배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정책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297억원의 연간 운영비도 감축할 계획이어서 부실운영도 우려된다.
과천과학관추진단 관계자는 23일 “과천과학관 직제는 6월께 확정될 예정으로, 정원 80∼90명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135명으로 협의됐으나 새 정부 들어 당초 계획의 3분의 2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현 정부의 조직슬림화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무리한 인력감축이 자칫 거액을 들여 건립한 과학관의 부실운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과천과학관은 지난 2006년 4월 공사를 시작해 오는 11월 개관할 예정이다. 용지면적 24만3970㎡, 건축연면적 4만9050㎡의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와 전시공간 면에서 세계적인 규모다.
본지 2월 21일자 24면 참조
하지만 인력과 예산 운용계획은 낙제점 수준이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직제 확정이 지연된데다, 그나마 인력 규모도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 운용예산은 아직 심의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처음 계획했던 297억원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과천과학관추진단은 당초 4월 직제개정을 추진하고, 5월 인력 충원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7월께나 인력 충원을 시작할 수 있어 개관 이전에 직원교육 등의 일정이 촉박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최소 6개월 전에 전문인력을 뽑아 양성하는 것과 대조된다.
직원 규모도 해외 선진과학관에 비해 떨어진다. 과천과학관과 전시면적이 비슷한 미국보스턴과학박물관 직원은 840명에 이르고, 규모가 더 작은 미국 익스플로러토리움도 250명이나 된다. 뉴욕자연사박물관은 직원이 무려 1500명에 달한다. 과천과학관보다 작은 규모의 일본국립과학박물관도 연구직 78명을 포함해 총 135명의 직원이 있고, 연간 운영비는 350억원에 이른다.
최완식 충남대 교수(기술교육학회지 편집위원장)는 “철학의 문제기는 하지만 과천과학관을 80명이 운영한다는 것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좋은 정책과 새 시설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유지·발전시키는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과천과학관이 정책 입안과 시동에 90% 이상의 자원과 노력을 쏟아붓고도 유지와 관리에 10%도 투자하지 않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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