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월드인-뉴욕 영화계의 블랙파워 스파이크 리, 노키아와 손잡다

 ‘뉴욕 영화계의 이단아 스파이크 리 감독과 거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은 바로 휴대폰.

최근 노키아가 추진 중인 휴대폰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스파이크 리(52) 감독이 참여해 메가폰을 잡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불특정 다수 이용자가 휴대폰으로 직접 찍은 UCC 동영상을 5분짜리 단편영화 3편으로 제작하는 형태다. 스파이크 리의 역할은 온라인 투표 등을 통해 뽑힌 작품 중 최종 우수작을 선정하는 것.

‘흑인 우디 앨런’이라는 별칭처럼 미국 사회를 향한 날선 비판과 입바른 소리로 주목받아온 그가 노키아와 손을 잡은 것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왜일까.

지난 80∼90년대 ‘말콤X’ ‘똑바로 살아라’부터 최근 ‘인사이드맨’에 이르기까지 인종·계급 차별 문제를 신랄하게 다뤄온 그가 이번에는 휴대폰 UCC 영화를 통해 ‘영화 제작의 민주화’에 한 발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작은 휴대폰 하나로 누구나 영화 감독이 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 감독들이 유명 필름 스쿨에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것이 영화 제작의 민주화입니다.”

스파이크 리 개인에게도 이 프로젝트는 즐거운 변화를 가져다 줬다. “평소 TV를 켤 때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신기술에 문외한인 그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젊은 영화 감독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블로그까지 운용하게 된 것.

노키아도 영화계의 ‘거장’을 영입함으로써 적지 않은 이익을 기대한다. 모든 휴대폰 제조업체의 최근 고민은 휴대폰 이용자에게 음성 통화뿐 아니라 영화 감상부터 소셜 네트워크 구축까지 다양한 경험을 최대한 선사하는 것이다.

“이번 작업이 다수 이용자가 참여하는 협업 프로젝트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스파이크 리의 소감은 ‘참여와 공유’를 핵심 화두로 내세운 차세대 웹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