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반 발전보다 비용이 비싼 태양광 발전에 돈을 지원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1년까지만 운영하고 기준 가격도 대폭 내린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앞으로 없애는 대신 2012년부터 에너지사업자들이 자신이 공급하는 에너지 총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하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한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와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의 수익성은 당분간 악화되는 게 불가피해 대기업 중심으로 업계 재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장 논리가 더욱 작용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는 정부 계획이 즉각 반발하고 집단행도에 나설 태세다.
정부는 지난 25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태양광 발전차액이 지원 되는 전국의 설비용량 총한도를 현행 100㎽에서 500㎽로 늘리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준가격을 내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현 제도는 발전량 30㎾미만까지 ㎾h당 711.25원, 그 이상에는 677.38원씩 두 단계로 지원 기준가격을 나눈다. 앞으로는 가격체계를 5단계로 세분한 뒤 이 가격을 단계에 따라 최소 8.4%에서 최고 30.2%까지 내린다는 계획이다.
지경부는 다만, 올해 9월말까지 유예기간을 설정해 현행 가격체계를 적용하고 새 가격체계에 따른 지원기간은 오는 2010년부터 현재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정부는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2011년까지만 운영한 뒤, 2012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키로 했다. RPS는 에너지사업자에게 공급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 에너지로 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에너지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자발적 신재생 에너지 공급협약(RPA)보다 한 단계 위의 제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적용대상과 의무할당비율 등을 담은 신재생 에너지 개발보급촉진법을 개정한 뒤 2010∼2011년 RPS 도입을 위한 인증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은 발전차액지원제도 폐지가 모듈 수급난을 부추기고 혼란을 가중시킨다며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조합은 다음달 6일 충남 천안 시민문화회관에서 개정안 설명회 겸 발전사업자대회를 열어 대정부 건의를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설 뜻을 비쳤다.
◆정창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
“정부가 정한 가격대로 손쉽게 사업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도 확대할 것입니다.”
정창현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등 관련 업계의 반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창현 과장은 “RPS는 이미 영국, 스웨덴 등 환경 선진국들이 속속 도입하고 있는 제도”라며 “경쟁체제 도입과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가격 보상과 같은 인위적인 지원보다 수요 활성화라는 시장 차원의 접근이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RPS 도입과 현행 가격의 유예기간이 촉박하다고 주장했다. 정 과장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4년이라는 준비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며 “이미 생산라인 착공에 들어간 업체는 대부분 모듈을 확보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이재덕 태양광조합이사장 "중소업체 경영 악화 불보듯"
중소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은 개정안이 경제성을 무시해 만들어진 것으로 중소 태양광발전사업자의 경영 악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태양광발전 확산이 늦춰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재덕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달 말 공청회에서 발표된 안처럼) 시장을 혼란스럽게하고 우려하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며 “내달 6일 이에 대한 사업자들의 뜻을 모으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안이 “현행 가격의 유예를 9월말로 한정함으로써 모듈 수급난을 부추기고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1년까지 운영하고 이후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중소사업자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 민주화를 말살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최순욱기자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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