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극과 극의 실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종된 설비 투자에다 그나마 수주 잔고물량도 올해 들어 끊겼다. 반면에 LCD장비 시장은 투자가 집중되면서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LCD 장비 업체 가운데는 지난 1분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배 이상 매출액을 늘린 곳도 등장했다. 특검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예년보다 1분기 실적발표를 미루면서 삼성전자의 장비 협력사들이 덩달아 실적 발표를 늦추는 점도 흥미롭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과 에이디피엔지니어링(대표 허광호·이영종)을 시작으로 주요 장비 업체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LCD 장비의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분기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389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6억여원에 그쳤다. LCD와 태양광 장비 사업이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더 줄었기 때문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성엔지니어링 실적이 비록 기대보다 못 하지만 수주 물량은 많아 하반기 들어가면 실적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핵심 협력사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지난 1분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절반을 넘는 163억여원을 기록하며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LG디스플레이의 8세대 LCD 투자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덕분이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주요 장비 업체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인 한미반도체(곽노권)는 지난해 1분기나 4분기에 비해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00억원 정도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케이씨텍(대표 이순창)은 지난 1분기 약 440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80% 가까이를 LCD 장비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에 달했던 반도체 장비는 올 1분기 20%대로 내려앉은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장비 최대 업체인 디엠에스(대표 박용석)는 지난 1분기 400억원이 넘는 매출액에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만·중국 등지의 패널업체에서 수주가 이어지는데다 LG디스플레이 협력사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에도 교차 발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는 실적 성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LCD 장비 전문업체인 탑엔지니어링(대표 김원남)은 145억원의 매출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배 이상 급증한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가운데는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가 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처음 1000억원대 매출 고지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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