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마트에서 백색가전이 사라지고 있다.
의류와 잡화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의 경우 냉장고, 에어컨 등을 전문 취급하는 양판점과 비교해 매장면적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점차 매장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수도권 주요 백화점과 할인 마트에 따르면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을 비롯한 디지털 전자제품의 1분기 판매 실적이 6%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0% 가량의 판매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규모 축소다. 업계는 이 같은 판매부진에 대해 백색가전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판관비용 등의 이유를 들어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가재학 갤러리아 팀장은 “백색가전의 주요 구입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전자전문 양판점이나 전속대리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의류를 주 판매업으로 하는 백화점에서는 판매구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며 “특히 매출 이익률이 양판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갤러리아의 경우 판매율은 소수점 이하”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1분기 백색가전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소폭 신장했다. 하지만, 에어컨 매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급감하면서 전체적인 판매분위기는 내리막길이다. 특히, 예전에는 가전을 직접구입해 판매하는 직영매장 형태로 운영됐지만 이제는 공간을 내주고 판매 매출의 수수료를 받는 특정매입 형태로 진행되면서 매장 면적도 매년 10% 이상씩 줄이고 있다.
서충선 롯데백화점 대형가전 MD는 “전자전문 양판점, 인터넷 쇼핑몰이 확대되면서 백화점에서의 가전판매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월풀, GE 등 외국 가전업계가 국내 대기업 브랜드에 밀리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현대·신세계백화점도 대기업 브랜드 일부 프리미엄 제품에 한해 수요가 있을 뿐, 전반적으로 전년 수준에 머물거나 일부 점포는 전년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마트의 경우 푸드 가공식품이 60%, 의류·잡화가 20% 정도 판매되고 있지만 가전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 1분기 TV, 냉장고가 소폭 상승했지만 에어컨 매출이 급격히 줄면서 전자제품 전체 판매율은 보합세다.
마트에서도 일부 소형 가전은 직매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특정매입 형태의 가전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백색가전에 대한 매출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의류, 식품에 비해 가전의 매출 규모는 크지 않다”며 “매장 면적대비 판매 효율성이 떨어져 휴대용 디지털기기 위주로 수요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