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가에 ‘수수료 인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28일 관련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직접적인 수수료 인하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용통장 외에 일반 통장에도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도 ‘출혈경쟁’ 수준으로 거래수수료를 낮추고 있다.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객 관리 강화 외에도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에 따른 금융시장 재개편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노희진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율 인하 경쟁은 고객을 잡기 위해 펼쳐지는 것으로 은행의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점유율 빼앗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국민은행이 수수료를 인하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최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잇따라 송금 수수료를 인하하며 다시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은행의 수수료 인하 여파로 타 은행들도 조심스럽게 인하 여부 검토에 들어갔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해보면서까지 수수료를 낮출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적정한 선에서 낮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 외에도 상품가입 시 수수료 면제·인하 등의 혜택을 주는 ‘기존 고객 끌어안기’도 한창이다. 예전에는 온라인 전용통장에만 혜택이 있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통장에도 적용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올 초 선보인 ‘KB Star*t’ 통장에 가입 시 인터넷뱅킹 등 전자금융 수수료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으며, SC제일은행도 이달부터 판매하는 ‘두드림 통장(Do Dream)’에 대해 동일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증권가에서도 주식거래 수수료 경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증권 후발주자인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이 은행계좌 온라인 위탁매매 수수료를 모두 0.015%로 내리면서 촉발된 수수료 인하 경쟁이 결국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이 같은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화하면서 증권업계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김봉수 키움증권 사장은 “처음부터 온라인 브로커리지 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영업을 해왔으나 온라인 전문회사가 오프라인 회사보다 수수료가 높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고객들의 항의에 할 말이 없었다”며 “이번 수수료 인하로 연간 300억원가량 수익이 줄 것으로 보지만 서비스 질로 경쟁한다면 수익감소를 2∼3년에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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