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LCD 패널 업체들이 최근 삼성·LG 등 국내 업계를 대상으로 모니터·TV 등 셋트 제품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공급 사업을 강화한다. 대만 업체들로선 LCD 패널 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더불어 양강을 이룬데 이어 전세계 셋트 시장을 장악한 삼성·LG의 브랜드 파워를 업고 수직계열화를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다. 삼성전자·LG전자도 대만의 가격경쟁력을 활용해 셋트 사업의 이익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심각한 LCD 패널 공급부족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삼성전자·LG전자가 이노룩스·키스다·TPV 등 대만(중국) LCD 패널 업체들에게 모니터를 중심으로 OEM을 확대하고 있다. 중견 패널업체인 이노룩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모니터 OEM 사업을 병행해왔으며, 키스다는 대만 1위 패널업체인 AUO 계열의 OEM 메이커로 최근 수직계열화 차원에서 셋트 사업을 강화했다. 이들은 전세계 셋트 시장의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LG전자를 OEM 고객사로 확보함으로써 부품에서 패널, 셋트에 이르는 전방위 수직계열화에 힘을 싣으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이노룩스가 삼성·LG의 모니터 OEM 사업을 시작한 뒤 점점 그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이노룩스는 삼성전자·LG전자가 생산하는 전체 모니터 가운데 10% 가까운 비중을 OEM으로 공급했다. 패널은 전량 이노룩스 내부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요즘 들어 OEM 대상 품목이나 업체도 늘어나는 조짐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TPV’사로부터 중소형 LCD TV의 OEM에 나서 지난 4분기 기준, 전체 생산량의 5% 정도를 여기서 받고 있다. TPV는 중국내 LCD 패널 제조사인 비오이그룹 계열로 역시 OEM 물량의 패널 대부분을 자체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AUO의 OEM 자회사인 키스다도 올초부터 국내 제조사를 상대로 OEM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노룩스에 이어 키스다로부터 모니터를 OEM 공급받기로 계약했으며, 조만간 중소형 LCD TV로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LG의 OEM 전략은 지난해 하반기이후 LCD 패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새 대안으로 등장했다. 삼성전자 DM 총괄과 LG전자로선 삼성전자 LCD총괄이나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만 패널업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만 OEM 업체들을 활용하면 요즘처럼 호황기에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노릴 수 있는 데다 갑자기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OEM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적절한 물량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업계 전문가는 “대만 패널업체들의 사업 확장 전략이 공격적인데 대표적인 분야가 셋트 사업”이라며 “요즘 삼성·LG의 OEM 확대는 일단 대만 패널 업체들의 적극적인 의지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어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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