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들도 지방을 꺼리나.’
광주 등 호남지역 IT산업 관련 기관들이 잇따라 기관장 공모에 나서고 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방에서 IT 전문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억대에 가까운 연봉과 전용차량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기관장의 구인난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당혹감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디 IT기관장 없나요”=전남도는 2개월 넘도록 전남문화산업진흥원 초대원장을 뽑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이미 두 차례 공모를 실시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이달 말까지 3차 공모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결과는 미지수다. 또 도는 이달 중순 제1대 전략산업기획단장의 임기가 이미 끝났으나 아직까지 제2대 단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
전북에서는 전주시가 지난해 6개월여 만에 어렵사리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을 뽑았으며 최근에는 전북도가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러한 상황은 광주에서도 마찬가지. 광주과학기술원은 지난해 10월 제5대원장 공모에 나섰으나 첫 번째 공모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10개월 가까이 원장 공백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내로 광주테크노파크 원장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공모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인물난 속에 제때 후임 기관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높은 눈높이가 인선난 부채질?=지자체나 기관들이 원하는 기관장의 첫 번째 기준으로 중앙과 지역을 동시에 잘 아는 인물이다. 여기에 IT 등 과학기술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CEO형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출신이면서 중앙무대에서 활동한 IT산업 전문가가 흔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관장 선출 자격이나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광주 IT업체 관계자는 “IT산업에 풍부한 식견을 갖추고 있으면서 중앙과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찾으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며 “학력과 경력보다는 지역 IT산업 육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열정과 의지가 기관장 선출의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IT산업의 실정이 열악하다 보니 중앙정부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거나 대기업 임원 출신의 인물을 찾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자격을 갖춘 적임자 찾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토로했다.
◇적극적으로 인재 찾기에 나서야=기관장 임기만료 한두 달을 남겨놓고 공모에 들어가는 등 안일한 선출 방식이 후임 기관장 선출 실패로 이어져 결국 기관장 공백사태를 낳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공모제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전에 적합한 기관장 후보 인력 풀(pool)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할 것을 업계는 주문하고 있다.
정종현 광주·전남지역 혁신연구회 사무국장은 “기관장 공백사태는 지역 IT산업 육성에 차질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이미지 손상과도 관련돼 있다”면서 “가뜩이나 인물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현실을 극복하고 유능한 기관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공모 원칙을 탄력 있게 적용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