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시화공단은 8737개 업체에서 17만7500여명의 고용인원이 연간 45조원의 제품을 생산하고, 연 78억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이는 생산액 기준으로 전체 국가 산업단지의 16%에 달하는 수준이며, 고용인원은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규모다.
과거 80·90년대 경제 고도성장 기간 동안에는 우리나라의 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업종은 기계·전기전자·자동차 관련이 많으며 도금·염색·정밀화학 관련 업체들도 상당수 입주해 있다.
반월·시화 산업단지는 수도권의 과밀화된 인구의 분산과 서울과 경기 각지에 산재한 중소기업 및 공장을 이전·계열화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에 걸쳐 총 3만1942㎡(반월 1만5374㎡, 시화 1만6568㎡)의 규모로 자리하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의 역량은 경기도 내 연구개발 기관은 1750개로 전국 대비 23.9%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연구시설 집적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연구소 24.7%, 공공연구기관 15.7%, 대학연구소 14.6%가 반월·시화공단에 자리잡고 있다.
또 연구개발(R&D) 투자액이 6조800억원으로 전국 대비 37.7%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며, 연구기관 종사자 수도 전국 25.2%인 6만5953명에 이르는 수준이다. 입주기업을 위한 주요 연구기관으로는 생산기술연구원, 산업기술시험원, 전기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분당소재) 등이 있다.
반월·시화공단의 또 다른 장점은 서해안 및 수도권 서부지역 중심에 있어 산업인프라와 주변 도시기반이 좋다는 점이다. 공항·항만·철도 등과의 연계성이 용이한 지리적 이점을 통해 국제적 연계체계도 구축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광역교통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 전국 어디와도 접근성이 좋고 고급 노동인력 확보도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화담수호 간석지 등 매립 가능지가 풍부해 장래 여건변화에 따라 필요한 산업용지 등의 충족도 쉬운 편이다.
그러나 반월·시화공단은 대기업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수직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창원·울산·구미 등 다른 산업단지와는 달리 입주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이루어진 부품소재 전문단지다. 전체 입주 기업체는 9670개며 이 중 임차업체가 4159개로 약43%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고용인원 300인 이상)은 전체 중 35개사(0.4%)에 불과할 정도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지역 내 기술개발 등 기업활동을 체계적, 유기적으로 연계지원하기 위한 중핵기관 및 혁신네트워킹 등이 부족하다는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생산요소투입중심의 산업단지에 산학기관을 연계시켜 R&D 등 부족한 기능을 보완하는 산업단지클러스터사업, 단지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개선하는 산업단지구조고도화 사업,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다른기업의 원료 및 에너지로 재자원화하는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등 다양한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형수기자 goldlion2@전자신문
◆인터뷰-류재흥 서부지역본부 본부장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이 기술 경쟁력에서는 일본에 종속되고 가격 면에서는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습니다.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반월·시화단지는 혁신클러스터 사업으로 단지 내 중소 부품소재 기업들의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품소재 전문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입니다.”
반월·시화단지는 입주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집적돼 있고 대기업의 하도급생산·임가공 위주의 기업으로 구성돼 있어서 생산원가 절감 위주로 경영으로 하는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R&D 등의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류재흥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장은 “30년이 넘은 노후화된 반월·시화산업단지를 업종고도화, 정주여건 개선, 기반시설 확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산업단지구조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산업단지를 고부가가치 창출의 혁신공간으로 전환해 소득증진과 일자리 창출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본부장은 “입주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감으로써 반월·시화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들에게 부족한 R&D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반월·시화클러스터추진단에서는 산학연 공동연구개발과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월·시화산단은 경영혁신·마케팅·영업 등 부족한 부문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대기업 임원, 세무·법률·회계 등의 전문가, 연구원 출신 전문가,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인력풀을 구성해 CEO경영·경영혁신·기술혁신·기업경영 지원 등에 대해 상담해주고 있다. 또 산업단지 중소기업들의 공동물류 기반조성을 위해 물류의 정보화·표준화·공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시화단지 내 공동물류센터를 건립하여 운영 중이다.
류 본부장은 “반월·시화단지 내의 신산업공간 창출에 의해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첨단기업에 산업입지공간 제공을 위해 시화하이테크 임대공장을 올해 5월부터 준공하며 약 70개의 벤처·중소기업에 창업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전자신문
◆입주업체-뉴프렉스
반월·시화산업단지 입주업체 뉴프렉스(대표 임우현 www.newflex.co.kr)는 임베디드 인쇄회로기판(PCB)과 웨이브가이드(waveguide) 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프렉스는 지난 1992년에 설립된 이후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FPCB란 얇고 휘어지는 기판으로 휴대폰·노트북PC 등의 주요 부품으로 사용된다. 뉴프렉스는 휴대폰 부품용 FPCB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400억원 중 멀티레이어 인쇄회로기판, R-F인쇄회로기판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새로운 제품 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뉴프렉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각하는 제품은 임베디드 인쇄회로기판과 웨이브가이드다. 현재에 안주하고 연구개발 노력을 등한시하는 순간 회사가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인쇄회로기판은 기능성을 향상시킨 내장형 인쇄회로기판으로 반도체칩까지 내장할 수 있게 개발 중이다. 웨이브가이드는 광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제품으로 뉴프렉스는 향후 인쇄회로기판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는 비장의 무기다.
뉴프렉스는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다. 2002년 72억3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2003년 127억3000만원, 2004년 371억2700만원, 2005년 437억원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국내 휴대폰 회사들의 불황으로 340억원의 매출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최근 국내 휴대폰 회사들의 호황에 힘입어 다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5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뉴프렉스는 LG계열사들이 전체 매출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매출 다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에 삼성전기와 팬택앤큐리텔을 새로운 공급처로 확보하기도 했다.
임우현 뉴프렉스 대표는 “남들이 하는 쉬운 제품만 생산하면 경쟁력이 없다”면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기술 개발을 통해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력을 쌓아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전자신문,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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