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업계 "뭉쳐서 힘 키운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펩리스 업계 인수합병(M&A) 및 협업 사례

 팹리스 업계가 동종업체를 인수합병(M&A)하거나 파운드리 업체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한다. 투자와 개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마케팅·영업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날로 경쟁이 격화하는 상태에서 몸집과 체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설계공정이 기존 120나노∼130나노 수준에서 90나노∼60나노대로 미세화되면서 1억∼2억원 하던 마스크 한 장당 가격이 20억원 이상씩 들어가는 등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종범 IT SoC협회 사무총장은 “이제 직원이 20∼30명 되는 팹리스 업체 처지에서 독자적으로 40억∼50억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팹리스 업계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M&A나 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체와 팹리스 업체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말 손을 잡은 하이닉스반도체(대표 김종갑)와 실리콘화일(대표 신백규). 두 회사는 CMOS 이미지센서(CIS)를 공동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최근 하이닉스가 실리콘화일에 지분참여 형태의 투자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CIS 신제품을 공동으로 개발, 양산을 위한 테스트를 전개하고 있다. 생산량 일부는 하이닉스가 실리콘화일에 공급하고 일부는 하이닉스 브랜드로 판매한다.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피델릭스도 하이닉스와 제휴를 체결했다. 디지털TV 및 셋톱박스에 사용하는 64Mb, 256Mb 컨슈머 D램을 포함한 다양한 D램 제품의 설계를 제공하기로 했다. 피델릭스는 하이닉스로부터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고 생산된 제품은 각자가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협력을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이닉스로부터 일정 부분 지분투자도 받기로 했다.

 황종범 사무총장은 “팹리스 업체가 하이닉스나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와 파운드리를 포함한 협력을 체결하게 되면 독자 개발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품을 전략적인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고 공동 개발한 제품은 하이닉스나 삼성 같은 잘 알려진 브랜드 파워의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팹리스 업체 간에 이뤄진 M&A도 활발하다. M&A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인식이 업계로 번져가고 있다. 작년 LCD구동칩(LDI) 업체인 화인아이씨스를 흡수합병한 티엘아이(대표 김달수)는 사업다각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기존 TV·모니터 등 대형 LCD패널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인 타이밍컨트롤러(티콘)에 이어 화인아이씨스의 LDI로 사업영역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보광그룹에 편입된 코아로직(대표 황기수)도 이에 앞서 모바일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전문업체인 엠큐브웍스를 인수, 토털 모바일 멀티미디어 솔루션 업체로 거듭났다.

 엠텍비젼(대표 이성민)도 반도체 지식재산권(IP) 업체 등과 제휴를 통해 제품 공동개발에 나서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