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요? 이제 서영의 경성기방을 볼 차례입니다.’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기자는 경기도 파주를 방문했다. 케이블 채널 OCN이 새로운 ‘자드’(자체제작 드라마) ‘경성기방 영화관(김홍선 감독, 채민서·서영 주연)’의 촬영 세트를 언론에 공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는 17일(금)에 처음 방송될 경성기방은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 중인 신여성 정선이 몰락해가던 치색 기방 영화관을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으면서 시작된다. 자유연애가 유행하던 당시의 화려하고 유쾌한 성담론을 바탕으로 서양 의학과 동양 의학이 접목된 깊이 있은 성의학 정보가 시청자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서울에서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파주 촬영장에는 마치 아파트 모델 하우스 같은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돼 있었다. 허름한 문을 헤집고 들어간 그곳에는 80년 전 일제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본풍 입식 거실과 아담한 마당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의 주무대인 ‘영화관’이다. 야외 촬영은 또 다른 세트인 경남 합천(원스 어폰어 타임 촬영장)에서 진행되지만 영화관은 이야기의 절반가량이 소화되는 중요한 장소다. 영화관의 모습은 당대 최고의 치색기방(성행위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치유하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하지만 크기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스모키 조명이 가득 찬 카페는 음침하지만 따듯한 기운이 돌아 몽환적인 느낌이 났다. 이와 함께 제작진은 카페 앞에 조그만 일본식 정원을 준비하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장면은 3회 4신. 두 여자 주인공인 이정선(채민서)과 차화연(서영)이 한 남자의 치색 방법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대목이다. 다른 신이 소개될 예정이었지만 준비 관계로 급변경됐다. 하지만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주인공들의 포스가 격돌하는 장면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이다. 컷 사인과 함께 이어진 정선의 대사에는 드라마의 주제가 뭍어났다. “들어보세요. 그가 느끼는 감정은 진정한 의미의 환희가 아니에요.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요!”라는 정선의 말은 이 드라마가 ‘성을 위한 성에 의한 성을 향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사실, 경성기방 제작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다’는 영화계 속설이었다. 치색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만큼 신선함도 덜했고 모던보이, 모던 걸이라는 설정도 경성스캔들(KBS)과 다르지 않았다. 적어도 촬영장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현장에서 목격한 배우들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적어도 ‘썩어도 준치’는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했다.
세트 공개 전 가진 집단 인터뷰에서 등장 배우들은 경성기방에 대한 무한애정을 보여줬다. 추상록(나카무라), 권민(김선우) 등 모든 주연급 배우가 그랬지만 특히 오랜만에 컴백한 김청(개성댁)과 서영의 자세가 남달랐다.
김청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는 “지금까지 도도한 역할만을 맡았지 ‘∼댁’이라는 배역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경성기방의 대본을 본 순간 이전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도전을 꿈꿀 때가 왔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자신의 배역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주연을 맡은 서영의 답변에서는 ‘기방 시리즈’에 대한 철학까지 엿볼 수 있었다. “많은 시청자가 궁금증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치색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는 않아요. 아름다움이 극대화된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한국판 색 계를 기대해도 무방합니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