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을 반쯤 가리는 아파트 숲 속 신촌·광화문·서울역으로 이어지는 큰 길가.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독립공원이 위치한 곳이다.
출근길 차량으로 분주한 아침 8시. 산책을 나온 이들의 여유 있는 발걸음과 평화로운 공기는 이곳이 과거 애국지사들이 투옥돼 고문당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서대문형무소, 서울 구치소라는 아픔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공간이어서인지 이곳은 여느 공원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내려 독립공원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독립선언 기념탑이다. 이 탑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걷다 조금 올라가면 순국선열 추념탑이 나타난다. 순국선열들의 항일 활동을 담은 부조 앞에는 지난 3·1절에 놓였음직한 화환 하나가 쓸쓸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1908년 경성감옥으로 문을 연 뒤 수많은 유관순, 안창호, 한용운 등 애국선열이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는 지금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이름으로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1975년 4월 9일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8명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된 곳도 이곳 서대문형무소다.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스러져간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건립된 역사관은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 사이에 둘러볼 수 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옆 녹지에는 내년 광복절에 맞춰 야외공연장이 조성된다. ‘독립과 현대역사’를 주제로 만들어질 야외공연장은 독립공원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문화예술마당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독립공원 뒤편 양천사로 가는 길에 위치한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은 딸을 먼저 보낸 부정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2005년 9월 15일 개관한 이 도서관은 중소기업 대표인 이상철씨가 미국 유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 나무로 지은 이 도서관 구석구석은 책을 좋아하는 딸에게 주는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처럼 따뜻함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독립공원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5600명. 꽤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이지만 공원 속에 여러 갈래 길로 난 산책로는 사람과 부대끼기보다는 아픔을 이겨낸 역사와 마주하게 해 사색할 만한 여유를 만들어 준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