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수출산업 키워드는 IT

 ‘플랜트IT’가 올해 사상 첫 해외 수주액 500억달러 돌파를 바라보는 플랜트 수출산업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플랜트IT는 공장설계부터 기자재 조달, 엔지니어링, 공장운영 등에 이르는 EPCM(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Management) 공정을 IT프로세스화하여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 사내 정보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사업 수주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 플랜트업체를 중심으로 도입이 활발하다.

 ◇구원 투수 IT=플랜트IT는 국내 플랜트산업이 지난 80∼90년대 이후 단순 시공사업으로 제자리걸음을 걷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3D 툴을 활용한 설계와 데이터정리에 머물던 IT활용범위를 EPCM 전반으로 넓히려는 노력이 2000년대 초 이후 가시화됐다. 해외 발주기관이 글로벌 컨소시엄의 업무 표준화와 IT시스템 공유를 사업자 선정 조건으로 강조한 것도 플랜트IT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국내 플랜트업체의 해외 수주액은 플랜트IT 도입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에는 64억달러에 머물렀으나 이후 도입이 확산되면서 2006년 254억달러, 지난해 422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대기업이 앞장=삼성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 포털’을 통해 문서관리를 수행하는 한편 각 프로젝트별로 맞춤 IT프로세스를 정립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구매·시공과 관련된 모든 사업문서 관리를 비롯해 설계검토 및 발주처와의 협업 기능 등을 더한 협업포털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플랜트IT를 구체화했다.

 한명수 현대엔지니어링 EA부서장은 “최종 준공까지 설계도면이 수십차례 바뀌는 플랜트산업의 특성상 IT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업체간 협력도 활발하다. 한국플랜트정보기술협회(회장 심옥진)에는 국내 100여개 플랜트업체의 IT 및 엔지니어링 담당자 1500여명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한다.

 ◇완성형 아닌 진행형=플랜트IT는 아직 진행형이다. 플랜트IT에 쓰이는 문서관리·설계 툴은 대부분 수억원을 호가하는 외국 제품이다. 국내 업체가 해외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제시하는 IT프로세스도 해외 업체의 기준을 따른다.

 능동적으로 플랜트IT 개념을 그리기 보다는 해외 발주처에 맞추는 수동적인 상황인 것. 삼성엔지니어링의 오원훈 설계IT파트 부장은 “대형 해외사업에 우리가 독자적으로 정립한 IT프로세스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대·중소기업간의 격차도 문제다. 플랜트정보기술협회의 김학진 기획실장은 “충분한 정보없이 고가의 솔루션을 도입했다가 시행착오를 겪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플랜트IT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