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 손상으로 손·발을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전동 휠체어를 맘껏 조정하는 ‘휠체어 제어 시스템’이 개발된 지 2년 만에 사장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매년 10억원씩 5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5년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나 후속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바이오피드백(생체 자기제어)’ 기술 입증에만 머문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최문기, ETRI)은 ‘의료기반 가상현실(VR) 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최고 중증 장애인들이 근전위 신호를 이용해 전동 휠체어를 조정하는 기술을 개발, 국립재활병원에 지난 2005년께 1대를 영구 임대했으나 이를 상품화하지 못할 뿐 더러 시범 운영도 중단된 상태라고 30일 밝혔다.
이 기술은 중증 장애인이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는 헤드 밴드 형태의 측정 시스템을 이용한다. 사용자가 이빨 물기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근전위 신호를 이마 양쪽의 관자놀이 부근에서 획득한 후 노트북 컴퓨터에 무선으로 신호를 전송, 이를 처리함으로써 휠체어의 이동 방향 등을 제어한다.
특히 호흡 조절 내지는 턱 관절을 이용한 기존 전동 휄체어를 사용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근전위 전동휄체어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내 약 400만명의 장애인 중 1만 명이 중증의 척수 손상 장애인으로 추정됐다.
이들이 근 전위 휄체어 제어 시스템을 통해 사회에 참여,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란 이유만으로 사회와 정부로부터 냉대받고 있다.
ETRI 가상현실팀 손욱호 팀장은 “호흡조절을 이용한 기능 작동 등 유사한 외산 제품 대비 근전위 자동 휄체어는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며 “그러나 근전위 자동 휄체어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제조 업체들이 양산에 선뜻 나서질 않으며, 정부도 개발 이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재활병원 척수손상재활과 이범석 과장은 “근전위 휄체어를 필요로 하는 병원 내 척추 손상 장애 환자에 시범 운영한 결과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범석 과장은 “비록 척수 손상 장애인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이 기술을 경제적인 이익 창출보다는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접근, 상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수민기자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