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좋은 일터 이미지로 금융인재 유치하라.”
전통적으로 금융권은 높은 보수로 인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의 위상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금융권에 대한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것. 금융권은 보수가 좋은 대신 노동강도가 심한 편이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보다는 만족감을 좇는 요즘 인재들은 금융권 취업을 회피하기도 한다. 이런 성향은 외국에서 공부한 고급인재들에게서 두드러진다.
고급인재를 유치해 금융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금융사들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곤혹스러워 한다. 금융은 사람의 창조적 자원에 의존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인재 유치는 특히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자신의 회사가 좋은 일터라는 이미지를 심어 인재를 유치하고 직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총동원한다.
◇은행, 잡무를 줄여라=은행은 지금 직원들 업무량 줄이기에 한창이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은행들의 인력감축, 복잡해진 금융산업, 고객서비스 확대 등은 은행원들에게 살인적인 업무과중을 불러왔다. 최근까지 은행원들에게 7시 칼퇴근은 남의 이야기였고, 야근은 익숙한 일상사였다.
은행들이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 전부터다. 과중한 업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직원들 건강까지 나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가정의 날’을 도입해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정시 퇴근하게 하고 있다. 가정의 날이 잘 지켜지도록 은행들은 IT 시스템까지 활용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부점장 기계경비(세팅) 당번제’를 실시하고 있다. 세팅을 하면 시스템이 사무실 전체를 통제해 인터넷·전기사용을 차단해 야근을 못하게 한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8월부터 비슷한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다. 업무 줄이기를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차원에서 시도하는 은행도 많다. 업무 집중화를 통해 지점에서는 마케팅·세일즈 등의 업무에 집중케 하고 시스템을 통해 본점에서 수신·여신·외환 등의 단순서류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점에서는 단순 서류작업이 많이 줄었고, 퇴근 시간도 빨라졌다.
◇증권사, 술 회식 보다는 문화공연을=증권사들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은행들처럼 가정의 날을 도입해 일주일에 하루는 일찍 퇴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진호 삼성증권 홍보팀 과장은 “가정의 날이 되면 5시부터 안내방송이 시작돼 직원들의 퇴근을 유도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회사 게시판에 준수 현황을 게시해 해당 부서를 공개망신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힘겨운 야근 후에 폭음을 즐기던 회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회식날에는 술집 대신 공연장을 찾아 문화공연을 관람하기도 하고, 다른 부서와 함께 크로스 미팅을 통해 수다를 떨기도 한다. 또 가족행사를 기획해 꽃놀이 소풍을 떠나는 증권사도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작년 업종별 연봉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