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과제는 물론이고 관련 조직을 통폐합하며, 외국인이 정부 출연연구소 기관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연구과제에 중간 평가를 도입해 하위 20%를 강제 탈락시킨다.
정부는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새 정부 첫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국가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국과위는 지난 2001년 제정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규정’을 법률로 격상해 각 부처에 흩어진 기술개발 법령과 관리규정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특히 연구관리기관 일원화와 전문화를 위해 교과부 산하의 한국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의 사례처럼 교과부와 지경부 산하의 주요 연구관리기관의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출연연은 물론이고 산업 R&D 평가관리기관, 에너지 R&D 기관이 각각 통폐합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민 교과부 정책조정기획관은 “국과위의 기본 방향은 향후 5년간 R&D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비효율성이 있으면 이를 조정해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R&D 사업도 현행 107개에서 49개로 통폐합된다. 지금까지 과제로 선정되면 성과가 미진하더라도 끝까지 수행했던 사업을 중간 평가를 통해 하위 20%는 강제 탈락시킨다.
정부는 부처별로 비슷한 개념과 비전으로 진행됐던 R&D가 △산업원천 △상용화 △특정목적 △출연연 지원 △기능별 사업의 5대 유형으로 나뉘어 새롭게 짜인다. 옛 산자부의 20개 산업·에너지 기술 과제와 옛 정통부의 14개 IT 핵심기술 과제가 한꺼번에 통합돼 8대 산업별 기술과 6대 기능별 기술을 포함한 14개 지식경제 전략기술로 재편된다.
8대 산업별 기술은 △전자정보 디바이스 △수송시스템 △정보통신 미디어 △차세대통신네트워크 △로봇 △바이오·의료기기 △전력·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등이며 6대 기능별 기술은 △산업소재 △SW·컴퓨팅 △청정제조기반 △지식서비스 △산업기술융합 △에너지·자원 등이다.
이날 지식경제부는 폐기되거나 다른 사업에 흡수될 사업은 공개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기획재정부 예산 확정 과정을 거쳐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
국과위는 또 출연연 기관장직을 외국인에게도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수한 인재가 있으면 국적에 관계없이 중용하겠다는 것으로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한 새 정부 인사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국과위는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하위 성적 20% 연구과제의 강제 탈락 방안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상대평가를 거쳐 효율성이 떨어지는 과제의 중단은 물론이고 지원금 반환 등의 강력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필요로 하는 R&D의 확충과 세계적인 R&D 수준 확보를 위해 기획, 평가, 성과분석 전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오픈 R&D’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외국 연구소나 대학 등이 국내 R&D의 주관 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은 “지금까지 R&D 체계는 부처 간 중복은 물론이고 기술 융합이라는 추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왔다”며 “앞으로 과제의 단순화·대형화를 통해 목표를 명확히 하고, R&D의 효율을 높이는 데 이번 제도 개선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국가 R&D 정책 방향과 재원 배분을 조율하던 과학기술혁신본부 폐지 후 처음 열린 이날 회의는 민간위원이 13명으로 전체 위원 수의 과반임에 따라 향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방향 결정에 민간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점쳐진다.
신규 민간위원으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희국 LG실트론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서남표 KAIST 총장 등 13명이 선임됐다.
이진호·권건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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