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처음으로 등록된 창업투자회사가 100개 이하로 떨어졌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등록된 창업투자회사 수는 98개로 2000년 147개에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8개 창투사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곳은 50개 이내로 추정된다.
도용환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향후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구조조정은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VC산업은 구조조정과 함께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반면에 사모투자펀드(PEF) 시장은 국내에 도입된지 몇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국내 창업투자펀드 총액은 3조9250억원이다. 협회에 등록된 창투사가 98개인 것을 감안하면 1개 창투사 당 운용펀드 규모는 대략 4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사모펀드 1개 운용사당 금액은 창투펀드의 10배인 4000억원에 육박한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기존 VC산업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에 절름발이 신세인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VC 업계의 경쟁력은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완화와 VC업계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 회장은 “지금 상태에서 자통법을 시행하는 것은 우리 손발을 묶어놓고 증권사들과 싸우란 말과 마찬가지다”면서 정부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VC가 100억원 모태펀드를 수용하고 민간에서 500억원을 펀딩해도 정부가 600억원 전체에 대해 규제한다”면서 “정부는 모태펀드 100억원에 대한 규제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VC업계 관계자들은 VC 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기금 풀(pool)을 통한 민간모태펀드 제안도 내놨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기금을 한 곳으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자는 의견이다. 이에 따르면 600조원에 해당되는 연기금의 1%만 VC에 투자해도 6조원이란 금액이 나온다. 6조원의 자금을 철저히 민간위주로 운용해 벤처생태계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부처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연기금 풀을 형성하는 방안이 쉽지는 않다”면서 “유일한 방법은 오롯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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