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개봉작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을 맡은 ‘스피드레이서’를 이주의 영화로 추천한다. 국내에선 비가 출연해 더 유명해 진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하 GOGOGO>를 영화로 각색한 작품. 이 영화는 ‘매트릭스2-리로디드’에서 워쇼스키 형제가 보여줬던 화려한 자동차 추격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작품으로 속도감과 화면이 주는 충격이 발군이다.
‘스피드레이서’는 경주차 설계자 팝스 레이서(존 굿맨)의 아들이자 사고로 요절한 레이싱 선수 렉스의 동생인 스피드(에밀 허시)는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다. 하지만, 승부 조작도 불사하는 대기업 로열튼의 스카우트 제의를 스피드가 거절하자 로열튼은 언론 플레이로 레이서 집안의 독립적 레이싱 회사를 매장시키려한다. 스피드는 로열튼의 비리에 대한 증거가 있다는 토코칸 모터스의 5대째 상속자 태조(비)의 제안을 받아들여 팀을 이룬다. 그리고 형을 앗아간 지옥의 코스에 도전한다.
‘스피드 레이서’가 주는 매력은 확실하다. 쉴새없이 진행되는 레이싱과 인물들이 그려가는 드라마는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가중시킨다. 화면도 압권이다. 숨돌릴 만 하면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는 관객에게 스펙타클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선사한다. 또 배경을 움직여 셀의 수를 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차용해 만든 영화적 공간은 몽환적인 느낌에서 이국적인 감성까지 다양한 이모션을 보여준다.
◆클릭, 이 영화
개봉 5주차를 맞는 영화 ‘식코(SICKO)’가 상영일이 지날수록 관객이 급증하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폐해를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발가벗긴 마이클 무어의 신작 식코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 보통의 영화가 개봉 3주 이후부터 관객이 줄어들지만 식코는 지난주 광우병과 함께 불어닥친 의료보험 민영화 논란을 등에 업고 해외 독립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영 한 달 만에 5만 명을 돌파하는 기함을 토했다. 장기상영에 접어들며 상영관 수는 크게 줄었지만,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 8일부터는 스폰지하우스(광화문, 압구정)에서 장기 상영에 돌입했다.
식코에서 보여지는 미국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다. 의료보험의 문제점으로 인해 삶이 산산 조각나는 평범한 미국인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이런 일이 보험이 없는 4500만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민간 보험사들의 횡포는 심각하다. 수익에만 눈이 먼 관련 업체들은 환자 치료엔 관심없고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다. 심지어 보험을 낼 능력이 안 되는 환자들을 길거리에 버리는 만행도 저지른다.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의료제도를 닮고자 하는 다른 이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그리고 그렇게 미국을 닮아간다면 곧 남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임을 경고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