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유망 창업아이템이다. 특히 사양길에 접어든 PC방이나, 인기가 떨어져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볼링장 등 기존 사업자에게는 신규 사업분야로서 매력이 있다. 일부 골프 동호회 회원은 골프방을 자주 찾다가 삼삼오오 뜻을 모아 골프방을 차리기도 한다. 관리가 편하고 리스크가 적어 투잡족에게도 적합하다. 또 어느 때나 직접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장점이 예비 사장님들을 붙드는 것이다. 전문 컨설턴트와 점주들이 거론하는 스크린골프사업의 각종 매력은?
*매력 1=스크린골프는 이제 막 성장의 초기단계에 들어선 신종 레저산업이다. 한정된 골프시설과 골프인구의 꾸준한 증가추세를 볼 때 스크린골프 사업은 향후 5∼10년간 지속적으로 발전할 시장이다. 지금 사업을 시작해도 막차를 탈 가능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90년대 초에 시작된 노래방이 지금도 건재하듯이 스크린골프방도 진화를 거듭하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시장을 키워갈 전망이다.
*매력 2=골프방 사업은 창업과 관리가 용이하다. 프랜차이즈 방식이 아니어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맹 비용을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 동일한 규모의 다른 업종을 운영할 때보다 인건비 및 관리비가 적게 든다. 일단 설치만 하면 전문지식이 없어도 점주가 직접 운영이 가능하다. PC방처럼 아르바이트 학생 한두 명을 고용하면 밤새워 영업장을 돌릴 수 있다. 임차료가 싼 지하층이나 고층에서도 충분히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매력 3=골프방은 아직까지 경쟁이 타 업종에 비해 치열하지 않은 블루오션이다. 요즘 스크린 골프방 창업이 크게 늘면서 일부 지역 점주들은 과열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울지역의 업소당 고객 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골프방 수가 늘어나는 이상으로 고객층이 빠른 속도로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내 골프레슨은 받았지만 아직 필드에 못 나가본 전국 200만명의 ‘닭장 골퍼’들이 스크린골프의 재미에 눈을 뜨고 있다.
*매력 4=골프방은 경기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불경기가 오면 실제 골프장 운영은 당장 타격을 받지만 18홀당 골프피가 2만∼3만원에 불과한 골프방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몰린다. 시장환경이나 정부정책, 사건 사고 등 외부 영향을 타는 유흥업소, 고기 집에 비해 경기를 타지 않고 꾸준히 운영할 수 있다.
*매력 5=골프방은 법적으로 체육시설이다. 스포츠 사업이다. 점주들은 유흥업소인 노래방이나 청소년 고객이 태반인 PC방에 비해 골프방은 매우 건전한 사업자로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골프의 귀족적 이미지가 골프방에도 그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일부 유흥업소에서 스크린 골프기계를 갖다놓고 접대부가 술을 따르게 하는 퇴폐사례도 일부 있지만 정상적인 골프방과는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골프방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수적이다. 주변에서 장사가 잘된다고 주요 고객층, 입지조건, 장비특성 등을 살피지 않고 무작정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스크린골프의 고객특성-
어떤 사람들이 스크린골프장을 자주 찾을까.
국내 골프인구 중 10%인 30만명 정도가 한 달에 두 번 이상 스크린골프장을 단골로 찾는다. 이들 마니아 그룹이 전체 스크린 골프방 매출의 80%를 좌우한다. 즉 골프방이 성공하려면 주변 단골부터 잡아야 한다. 잘나가는 골프방 점주들은 서너 명의 골퍼팀이 편안하게 모이는 아지트, 사랑방 같은 업소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고객층을 연령대로 분류하면 한창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경제력도 갖춘 36∼45세가 절반 이상인 52%를 차지한다. 이들은 컴퓨터 사용에 능숙해 스크린 골프문화에 쉽게 적응하는 대신 바쁜 사회생활 때문에 편안하게 즐길 시간적 여유는 부족한 편이다. 이런 고객특성 때문에 요즘 직장동료들과 스크린 골프로 점심내기를 하며 자장면까지 배달시켜 먹는 장면도 흔하다. 사무실이 밀집한 종로, 여의도의 일부 골프방은 짧은 점심시간에 직장인을 위한 2만원짜리 패키지 상품(9홀+점식식사)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면에 20대의 젊은 층은 7%, 50대 이상 고객비중은 8%에 불과하다. 주목할 현상은 30대 초반의 고객비중이 점차 늘어나면서 스크린 골프인구가 점차 내려가는 점이다. 골프방에서 실력을 떨치는 여성 골퍼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강남의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평일 낮시간에 여성고객이 절반을 넘기도 한다.
-스크린골프방의 지역별 확산과 최신 트렌드.
스크린골프 열풍은 지난 2004년말 공단지역이 밀집한 울산·창원지역에서 처음 불이 붙었다. 급여가 넉넉한 대기업 직원들이 스크린골프의 주고객층이었다. 이듬해 골프방 인기는 경기도 안산·시흥·산본 등 공단이 밀집한 위성도시로 급속히 퍼졌다. 2005년 하반기에는 강원도 삼척·인제 등 군부대 인근에도 스크린골프방이 생겨났다. 위수지역에 묶인 군인들이 실내 스크린골프의 매력이 푹 빠졌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에는 2006년에 가장 늦게 스크린골프방이 도입됐다. 최근 서울지역 스크린골프방 창업에서 눈에 띄는 두 가지 추세가 있다. 첫째는 땅값이 비싼 도심지에 여럿이 공동투자로 대형화, 고급화된 업소를 세우는 것이다. 지방 도시에서 업소당 평균 3∼5개의 골프장비를 보유하는 데 비해 서울의 대형 골프방은 8∼12개나 설치하며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 카페처럼 호화롭다.
둘째는 골프방 단독이 아니라 PC방, 카페, 쇼핑가와 결합해서 고객에게 다양한 만족을 주는 멀티플렉스로 진화하는 현상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에서는 어린이의 골프와 영어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는 일명 ‘키즈 골프방’이 등장하고 있다. 원어민 강사가 꼬마 골퍼들의 스윙폼을 영어로 교정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된다. 노인요양시설에는 실버 골프방, 와인숍에는 스크린 골프바가 등장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스크린골프, 창업비용은 얼마나 드나.-
스크린골프방을 열려면 장비 3대 기준으로 최소 1억5000만원은 필요하다. 아무래도 기계값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대당 2000만∼4000만원이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비를 거의 구입할 수 있다. 골프존·브이알골프 등 선두권 업체와 미국업체들의 장비는 대당 3000만∼4000만원에 거래된다. 후발업체들의 제품은 대당 2000만원 초반으로 더 저렴한 편이다. 간혹 상태가 좋은 중고장비를 직거래해서 창업비용을 낮추는 사례도 있다. 핵심부품인 센서가 정밀하고 생생한 그래픽 입체감이 잘 구현되는 골프장비일수록 가격이 높다. 하지만 상당수 골퍼들이 실제 필드에 버금가는 사실성보다는 점수가 잘 나오는 무난한 스크린 골프장비에 만족하는 성향임을 알아야 한다. 스크린 골프방의 내부는 고객 4인 기준으로 장비 한 대에 최소 10평의 공간이 요구된다. 요즘에는 고객이 골프와 함께 식사, 음료도 즐기도록 여유공간을 늘리는 추세여서 무리하게 장비대수를 늘릴 필요는 없다. 여기에 인테리어, 집기류 구입비, 건물임차료, 세금을 더하면 전체 투자비용의 윤곽이 나온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