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스크린골프]통쾌한 티샷!···필드 느낌 그대로

 “오∼굿샷, 대단한데.”

스크린골프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거리를 지나면 스크린골프방 간판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무엇보다 장사가 잘되니 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이다. 지난 90년대 전국을 강타한 노래방 열풍과 인터넷 강국을 만든 PC방 창업 붐의 초창기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스크린골프가 유망한 창업아이템으로 관심을 끄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장소에 골프방을 운영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고 어느 회사의 골프장비가 좋을까. 과거 PC게임이 e스포츠 시장을 창출한 것처럼 스크린골프도 IT산업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인가. 스크린골프시장과 창업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한번에 풀어보자.

◆스크린골프붐의 배경과 현황

우리나라에 골프문화가 도입된 시기는 일제시대인 1921년 효창골프장이 만들어진 것이 시초이다. 골프가 처음 도입될 당시 대중은 작대기로 공을 치는 서양 스포츠에 대해 부자집 한량의 사치스런 놀이라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국토가 비좁아 농지도 부족한 나라에서 드넓은 골프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은 당연했다.

8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골프는 우리 국민이 가장 선망하는 스포츠경기로 자리잡았다. 소득향상에 따른 중산층의 신분상승 욕구와 아무나 치기 어렵다는 골프의 귀족적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엄청난 상승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한국인의 유별난 골프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골프인구는 약 350만명. 전체 성인층의 10%에 달한다. 지난해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 합계는 2100만명이 넘었고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문제는 골프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골프장 시설은 이같은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전국의 퍼블릭 골프장은 약 300개. 우리나라 골프인구와 비교하면 최소 1만명의 골퍼가 골프장 한 곳을 나눠서 이용하는 셈이다. 덕분에 한국 골퍼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그린피를 지불하고 있다. 2주전 부킹예약은 필수이고 연휴라도 겹치면 회원권이 있어도 골프장 예약이 쉽지가 않다. 결국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틈만 나면 골프채를 둘러매고 저렴한 중국, 동남아로 원정골프를 나가는 실정이다.

열악한 골프시설과 높은 그린피 외에도 일반인의 골프장 접근을 막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바로 부족한 시간이다. 먹고 사느라 바쁜 서민들에게 하루종일 골프장을 거니는 시간의 여유란 여전히 부담스럽다.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으면 엄두를 못내는 귀족스포츠가 골프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우리나라 350만 골프인구 중에서 실제 필드를 경험해본 비율은 37%에 그친다. 우리나라 골퍼 셋 중 두 명은 실내 골프장에서 속칭 ‘머리 얹는’ 날을 꿈꾸며 스윙연습만 하는 처지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골프를 처보지 않은 사람 중 37%가 기회가 되면 골프를 꼭 배우고 싶다고 한다. 골프시장에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되면 어디선가 대체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스크린골프가 우리나라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게 된 배경이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골프사랑과 열악한 골프환경의 격차를 줄이는데 가상현실 기반의 골프장비는 아주 유용했다. 스크린골프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골프의 대중화를 열어준 벼락 같은 축복이다.

◆스크린골프방의 역사는 짧다.

지난 2004년 10월 부산에 국내 최초 스크린골프방이 들어섰다. 인도어 골프 연습장의 개념을 벗어나 골프 시뮬레이터만 여러 대 설치하고 게임당 요금을 받는 업소개념의 ‘골프방’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속전속결과 승부를 즐기는 한국인 골퍼의 성향에 스크린골프는 잘 들어맞았다. 전국으로 확산된 스크린 골프 열풍에 따라 5월 초를 기준으로 스크린 장비를 설치한 전국의 골프방과 연습장은 2800여곳으로 추정된다. 장사가 잘되자 인도어 연습장에서 스크린골프방으로 속속 전업하고 있다. 스크린골프방의 창업 붐은 해외 교포사회에도 퍼져 뉴욕, LA, 도쿄, 칭다오, 상하이 등 한인이 거주하는 외국도시에 ‘골프한류’가 확산됐다. 창업 붐에 따라 스크린골프 장비시장은 지난해 600억원. 올해 1800억원으로 세 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된 스크린골프 장비 4000여대 중 80%가 한국에 설치됐다. 원조를 자처하는 외국 스크린골프 회사들도 한국시장에선 맥을 못 춘다. 시장수요가 많으니 스크린골프 장비의 가상현실 구현기술도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앞선다. 타격 시 골프클럽의 미세한 각도변화를 인식해서 공의 구질과 방향을 조정하는 SW기술도 세계 정상이다. IT강국답게 온라인 스크린 골프대회도 한국에서 먼저 활성화됐다.

하루에도 5만∼6만명의 골퍼가 업무를 끝내고 친구끼리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거나 진짜 골프장을 찾기 전 트러블샷을 익히려고 스크린골프방을 찾는다. 이제 한국인에게 스크린골프는 단순한 오락게임이 아니라 오프라인 골프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레저스포츠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