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체면이 구겨지고 있다. PC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일을 LG텔레콤 오즈(OZ)가 다 가져가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신호탄은 웹서핑이었다. 네이버와 야후 등 포털사이트가 휴대폰 안으로 들어왔다. 웹서핑의 ‘원조’를 자처하는 PC 처지에서는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PC의 수난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OZ가 웹서핑에 이어, e메일까지 가져가 버릴 것임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웹서핑편은 지난 4월 중순까지 방영됐고 후속 e메일편은 5월 중순까지 방영될 예정이다.
웹서핑과 e메일편에서는 인물모델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델 출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라 생각하기엔, 광고가 너무 세련됐다는 평이다.
시청자들 또한 여느 때보다 광고가 신선하고 경쟁사를 주도하면서 잘 만들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주간 CF 1위를 차지한 것도 그만큼 광고가 군더더기 없이 소비자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웹서핑편’은 ‘포털들의 PC탈출’이라는 주제로 네이버, 다음, 야후, 구글 등 인터넷을 상징하는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PC에서 탈출해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상황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네이버와 야후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음과 구글을 물고기 쫓듯 사로잡는데, PC 환경 그대로 웹사이트를 구현한다는 내용이다. 탈출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기보다, ‘PC 그대로의 인터넷, 폰으로 즐겨라’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이런저런 광고는 많았지만, 사실 휴대폰으로는 e메일을 볼 수 없었다. 물론 휴대폰 e메일 서비스는 이미 선보인 바 있지만, 그것은 무늬만 e메일일 뿐 실제로 PC에서 주고받는 e메일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e메일편’에서 시청자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다음 한메일’ 화면을 본다. 몇 초 후, 한메일이 PC에서 휴대폰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읽고 쓰는 모양새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첨부파일로 온 영업실적 파워포인트파일을 터치하니, 비주얼 있는 그래프와 도표가 휴대폰 안에서 보여진다. PC에서 e메일을 주고받듯이, OZ에서도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만하면 바쁜 일상에 살고 있는 시청자의 구미를 당길 것 같다.
전체적으로 OZ광고에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BGM은 영국의 락그룹 퀸의 ‘Under Pressure’다. 마지막에 광고에서 로고가 나오기 바로 전, 귀에 익은 베이스 기타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냥 지나쳤다면, 다시 한번 ‘퀸’ 음악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김희진 LG텔레콤 IMC팀 대리 cutehj@lg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