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는 부품소재공단 유치라는 굵직한 뉴스를 국민에게 안겨줬다. 대통령을 수행한 부품업체 사장들이 극진한 대우를 받았던 것도 세간의 화제가 됐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산업에 관심을 쏟고 있지만, 부품소재에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 국가 공무원 중 최고위층인 대통령은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밑에서는 달라진 게 없다.
얼마 전 한 부품업체에 노동 공무원이 찾아왔다고 한다. 이 회사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탄탄한 회사다. 공무원은 사흘간 회사로 출근해 직원들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법규가 어떻고 노동강도가 어떻고 따져물으며 귀찮게 했다. 직원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감사 아닌 감사(?)로 당황했다.
한 직원이 고민 끝에 상황을 위에 보고했고, 사장과 공무원이 만났다. 공무원을 오래 상대해본 사장은 한눈에 방문 목적을 간파했다. 트집을 잡아 촌지라도 조금 얻어가려는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 업체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을 압박하고 있다는데 우리가 겪는 실상은 이렇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어 속으로만 앓았다”면서 “공무원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일 계속되는 유가 급등과 원자재가 상승으로 부품업체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속된 말로 발버둥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일찾기에 집중해야 한다.
도움을 줘도 모자란 공무원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기생충 노릇을 하고 있는 촌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각종 규제완화와 혜택을 기업에 제공해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비전이 이러한 불미스런 사건으로 퇴색되지 않기를 바랄 뿐 이다.
설성인기자<신성장산업부>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