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의 나노기술 인프라 지원 예산이 많이 삭감되면서 나노팹센터 등 일선 연구기관들이 개발 프로젝트 수행과 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기관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본지 8일자 10면 참조>
◇팹·센터 실상=국내 나노 관련 기관 중 가장 좋은 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대전 KAIST 부설 나노종합팹센터. 당초 92억원으로 책정했던 올해 예산이 반토막나면서 스캐너와 X레이 현미경 등 첨단장비 구입 대수를 10대에서 5대로 긴급 조정했다.
지난해 ‘공정개발 및 성능향상비’ 명목으로 30억원을 별도로 받아 센터 운영비로 충당했지만 이마저도 올해 전액 삭감됐다. ‘지원 근거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자 4∼5년차 장비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기본적인 유지·보수도 어렵다. 기업의 수요나 연구과제 요구에 발빠른 대처도 힘들다.
이 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중복투자라는 이유로 포항센터의 장비를 같이 쓰라 하지만 이는 연구 실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인프라 구축 완료 후에는 스스로 먹고살라 하는데, 공공 인프라다 보니까 돈이 안 되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의 한 나노기술집적센터 관계자는 “정부 돈으로 기본장비를 구축했지만, 기술 발전에 대응한 장비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 전기료 등 각종 운영비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라며 “(정부 지원 없이) 연간 운영 비용만 50억∼60억원이 드는 센터를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산 현황=올해 정부의 나노 인프라 관련 예산은 총 462억9000만원. 전년 대비 24.1% 격감한 액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나노 인프라 관련 예산은 지난해 161억원에서 올해 5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식경제부(옛 정보통신부 포함) 역시 지난해 301억원을 올해 256억원으로 줄였다.
실제로 교과부의 나노팹센터구축사업 예산의 경우 작년 153억원에서 올해는 47억원으로 삭감됐다. 지난해 10억원이 지원됐던 지경부의 산업기술기반구축사업 예산은 올해 한 푼도 책정되지 못했다.
나노특화팹에 대한 지원은 이미 작년 말로 종료됐다. 나노종합팹 지원은 오는 2012년 끝난다.
배태민 교과부 미래원천기술과장은 “애초 나노 인프라 구축 지원예산은 정부와 팹·센터 측이 컨소시엄을 구성, 공동 투자키로 약속한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 지원은 초기 구축까지며, 이후 운영·관리는 일선 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책=자생력을 키워주지 못한 채, 일정에 따라 일시에 예산 지원을 끊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일선 팹·센터 측 주장이다.
따라서 경영이나 마케팅 마인드가 빈약한 연구기관의 특성을 고려, 운영능력 함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들 기관의 기초 체력을 먼저 향상시킨 뒤 단계적으로 지원 예산을 줄여가는 탄력적인 시책이 정부에 요구된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이상, 팹·센터도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기업체의 개발·생산 수탁 서비스도 확대, 중·장기적인 수익 모델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경동·한세희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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