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작지만 판매 수익률이 높은 IT기기들을 매장 내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크기에 비해 가격이 높은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전문매장을 확대하거나 기존 완구매장에 닌텐도와 같은 게임기기가 장난감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들은 계절적 특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수시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가전제품보다 전시자리는 덜 차지하면서도 매출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은 매장에서 몸집이 큰 백색가전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덩치는 작지만 수익률이 높은 가정용 소형기기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거나 전문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입맛을 바꿨다=2005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 전문매장을 선보인 신세계 백화점은 에스프레소 머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늘면서 최고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이달 27일 매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신세계 본점의 경우 200만∼300만원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월 평균 8000만원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강남점은 1억 원을 훌쩍 넘기고 있다.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전자전문점들이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김영민 신세계백화점 가전 바이어는 “스타벅스, 커피 빈 같은 커피전문점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면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됐다”며 “특히 커피 원두의 풍미와 저칼로리, 웰빙 등 더 맛 좋은 커피를 즐기기 위해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 갖추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300만원대 에스프레소 커피 메이커를 월 평균 4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다. 판매대수로는 130대 이상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성장세다. 롯데백화점은 전문매장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을 월 2000대를 판매해 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는 하반기에 부산본점 네스프레소 커피머신 전문숍을 오픈 할 예정이다.
이정은 롯데백화점 소형가전 MD는 “국내에도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 좋은 커피를 가정은 물론 사무실, VIP 접대용으로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닌텐도가 전면에=백화점들의 완구매장은 로봇이나 레고, 인형 등 전통적으로 장난감을 전문으로 취급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완구매장들이 매출부진을 겪으면서 닌텐도, PS3와 같은 IT기기들을 장난감 자리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분당, 인천, 미아, 포항, 대구 5개 지점 완구매장에서 게임기를 취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8층 완구매장에서는 닌텐도 DS 게임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소니의 PS3는 최신 콘솔형 게임기로, 게임기 외에 DVD플레이어로도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해 놓고 있다.
완구매장의 IT기기 전진배치는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완구매장에 닌테도 게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레고, 로봇 등 장난감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테도의 판매가 더욱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은 롯데백화점 MD는 “그동안 매출부진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완구매장이 게임기를 함께 판매하면서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어린이날이 있었던 지난주의 경우 매출 실적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