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기업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속속 100억 클럽에 가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알티베이스·투비소프트·마크애니·사이버다임·코난테크놀로지 등이 새로 100억 클럽에 가입했다.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국내 SW기업 수는 총 20여개로 늘어났다. 요즘 어지간하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 발에 채일 정도인데 100억원 매출 돌파한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핀잔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SW 매출 100억원은 부가가치 창출 능력과 인력 고용 측면 등을 감안하면 제조업의 1000억원 돌파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행의 고용 계수 발표 자료에 따르면 SW산업은 매출 1000억원당 62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반면에 통신은 250명, 제조업은 60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10배 이상의 고용효과를 내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852억원의 매출을 기록, 국내 최대 SW기업으로 발돋움한 티맥스소프트의 인력은 현재 1700명으로 지난해 초에 비해 700명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20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반면에 지난해 티맥스의 9배 가까운 매출을 올린 LCD 부품기업인 한솔LCD의 직원은 1200명 수준이다. 제조업은 원자재 구입 비중이 60∼70%인 데 비해 SW산업은 원자재가 필요 없다. 좋은 인재와 컴퓨터만 있다면 바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질 좋은’ 산업이다.
특히 국내 제조기업이 높은 인건비와 무역 장벽, 물류 등으로 주요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 창출 능력이 뛰어난 SW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SW산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세계 100대 SW기업 명단에 국내기업은 전무하고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는 게 화제가 되는 것이 국내 SW산업의 현주소기 때문이다. 협소한 국내 시장, 업체 간 과당경쟁, SW에 대한 대가를 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내수 지향적인 사업구조 등은 국내 SW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100억 클럽 SW기업은 100억 클럽을 넘어 1000억 클럽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그 방법은 해외 진출이다.
김규동 한일IT경영협의회 부회장은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해서 국내에서 1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라면 경쟁력은 입증된 것”이라며 “우선 일본 시장을 개척하고 중국도 내수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일본 고객이 국내 고객 수를 추월했으며 투비소프트·코리아와이즈넛 등이 일본 진출을 본격화했다. 투비소프트는 일본 진출과 함께 일본 내 상장까지 추진 중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홍기리눅스(중국), 미러클리눅스(일본) 등과 아시아눅스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일본·중국 공략을 위해 현지기업과 힘을 합쳐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맥스소프트는 미국·일본 등 기존 3개 해외법인 외에도 상반기에 브라질·러시아·영국·싱가포르 등 4, 5곳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티맥스는 올해 전체 매출 목표 16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해외에서, 오는 2010년 전체 매출 1조원 가운데 절반을 해외에서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이미 글로벌 SW기업은 수년간 최대 수백억달러를 투입, M&A로 시장 지배력을 크게 강화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셈이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했던 시스템 SW 분야에서 국내 1위를 달성했다”며 “비록 쉽지 않지만 자본력만 뒷받침이 된다면 해외 시장 공략도 꿈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제 국내 SW기업은 100억 클럽에 만족할 것인지 1000억 클럽을 넘어 1조 클럽에 도달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어차피 국내에서 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는 500억원 규모다. 꿈을 꾸는 국내 SW기업은 이미 해외로 눈을 돌렸다.
유형준기자 hjyoo@
사진=아시아눅스의 주인공인 일본 미러클리눅스, 한글과컴퓨터, 중국 홍기리눅스 대표이사들이 지난 2004년 10월 코엑스에서 아시아눅스 출범 선포식을 가졌다. 안철수연구소 침해대응팀 직원이 보안관제센터에서 네트워크 얼라이브 체크와 도스 공격에 대비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2000여명의 개발자들이 참석한 티맥스데이 2008 행사에서 박대연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