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노(Nano)여, 실험실을 박차고 나와라.”
성창모 효성기술원장(사장급·54)이 국내 나노기술 연구계의 ‘불편한 진실’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성 원장은 기자와 만나 “우리나라에는 연구를 위한 나노만 있다. 돈 되는 나노, 기업이 원하는 나노는 없다”고 말했다.
한 해 특허유지비만 5000억원이 소요될 정도로 국내 출연연구소와 대학은 경쟁적으로 나노 관련 특허를 쏟아낸다. 하지만 해당 연구원의 개인적 승진이나 실적 과시용이 많다. 결국 글로벌 경쟁력이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는 거리가 먼 특허만 양산된다는 게 성 원장의 지적이다.
“회장 역시 돈은 있는데 그룹의 기존 섬유·타이어 사업에 접목시킬 국내 나노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 합니다. 결국 일본이나 미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실정입니다. 얼마전에 탄소나노튜브의 인체사용 승인을 미국서 획득한 일본 벤처기업에 그룹 차원서 최소 1000억원 이상을 투자키로 결정했습니다.”
성 원장은 조석래 효성 회장과 최근 독대한 내용을 지난주 대전 KAIST서 열린 ‘2008 나노정책포럼’에서 이렇게 공개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도 이날 “나노 원천기술은 없고, ‘원천과학’만 있다”며 성 원장의 말에 맞장구쳤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성 원장은 “미 정부는 중소기업혁신개발사업(SBIR)·중소기업기술이전(STTR)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나노기술의 상용화를 적극 유도한다”며 “초기 인프라 지원금만 쥐어 주곤 뒷일은 나 몰라라 하는 우리 정부의 현행 정책도 문제”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지식경제부 신성장동력기획단의 주력기간산업분과장이기도 하다. 신산업분과와의 협의를 통해 현행 나노기술 상용화 정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한 보고서를 내달 3일 청와대에 1차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대 금속과를 졸업한 성 원장은 미국 메사추세츠주립대 화학·핵공학과에 종신교수로 재직 중 첨단소재연구소장과 나노상용연구소장 등을 겸임한 이 분야 권위자다. 지난 2006년 출범한 효성기술원에 초대원장으로 부임하기에 앞서 인제대 총장과 삼성SDI 연구소 분석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성 원장은 패러다임만 바꾸면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저 역시 연구원 출신입니다. 국내 연구진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패러다임만 바꿔주면 됩니다. 기초만 다시 다지면 가능합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