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기관장 인사와 관련해 표면적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던 지식경제부가 칼을 꺼내 들었다.
직접 영향력을 가할 수 있는 28개 전 기관에 상반기 안에 새 인선을 마무리 짓고, 자회사 등으로 구성된 41개 기관을 순차적으로 일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기관장 인사에 적용할 원칙을 ‘개방형 완전 공모제’와 ‘능력 위주 인선’으로 꼽았다. 임채민 제1차관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원하는 사람이라는 정해진 기준은 없다”며 “공기업·기관을 가장 잘 이끌 분을 모시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몇 번씩 강조했다.
◇현 기관장도 공모 참여 가능=눈에 띄는 대목은 현 기관장에도 신임 공모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는 점이다. 정부로선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만료전에 정리하는 것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다. 실적과 성과를 쌓은 기관장은 새 공모로써 유임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부도 기관장 교체라는 큰 흐름을 퇴색시킬 수 없는만큼, 해당자는 드물 것이라는 게 우세한 관측이다.
공모에 응할 수는 있다고 하지만, 사표 수리라는 평가를 받은 이가 다시 기관장으로서 적합한지도 논란거리다.
◇민영화 추진 총대 맡길 듯=주요 공기업 신임 수장은 민영화 추진 업무가 가장 큰 과제로 떠맡겨질 전망이다. 일단 이번 인선과 민영화 논의는 별개 사안이라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임 차관은 “정부 기관의 경쟁력과 업무성과를 높이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민영화 방안이나 원칙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관장 선임 결과가 민영화 관련 행보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헤드헌터’까지 동원해서라도 능력 있는 인사를 모셔오겠다는 정부 의지는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외부 전문가를 스카우트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새 기관장은 민영화의 밑그림을 그리고, 기반을 다지는 게 주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얼마나 올지는 미지수=이날 기획재정부는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의 연봉을 차관급(1억800만원)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지경부 산하 기관장 공모에도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 방침이다.
자연히 응모할 민간 인력풀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특히 지경부가 원하는 ‘능력 있는 인사’들이 응모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참여정부도 당시 산자부 산하기관 기관장은 수차례 공모가 불발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일단 물갈이를 하지만, 새 인물이 ‘능력 있고 깨끗한 물’이 될지는 지경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경부 산하 공기관장 현황
◇상반기 안에 새 기관장 뽑는 18개 기관
공기업(6개)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석탄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준정부기관(12개) 한국산업단지공단, KOTRA, 광해방지사업단, 에너지관리공단, 요업기술원, 한국전기안전공사, 소프트웨어진흥원, 우체국예금보험지원단, 우정사업진흥회, 한국우편사업지원단, 한국수출보험공사,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기관장 선임을 진행 중인 6개 기관
산업기술평가원, 산업기술재단, 부품소재진흥원, 산업기술시험원, 석유품질관리원, 전력거래소
◇기관장 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4개 기관
가스안전공사, 원자력문화재단, 디자인진흥원, 승강기안전관리원(소속 부처 이관 절차 중)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