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문광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 업무현황’을 보고받고 몇몇 쟁점에 질의하려 했으나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조직 구성이 제대로 되지 못해 업무보고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불참, 문광위원들의 분노를 산 것.
조배숙 문광위원장은 “연휴 첫날인 지난 토요일(10일) 오후 4시께 서면으로 불참을 통보해왔는데, 이는 국회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불참을 통보한 것은 국회와 국민을 능멸하는 것”이라며 “오만방자한 ‘형님권력’의 실체가 드러났으므로,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무기한 출석을 요구하겠다”는 서슬을 돋구었다.
문광위는 결국 정청래·우상호·유선호·이광철·지병문 등 통합민주당 위원들과 천영세 의원(민주노동당)의 적극적인 출석 요구를 바탕으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문광위 불참 통보를 입법부의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어 ‘최시중을 포함한 방통위 상임위원 5인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 방통위원들을 이날 오후 2시에 국회로 불러냈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견인(멘토)이라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대의 민주주의 서슬’에 놀라 국회로 달려간 것이다. 최근 국무회의에 참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국정 홍보 체계를 질타하던 위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늘 ‘하심(下心)’이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지자고 생각하고 있다”며 “낮아져 큰 그릇이 되고 그래야 담을 것이 많아진다”고 말해왔다. 그 큰 그릇에 ‘지위와 권세’가 아닌 ‘국민 편익을 위한 방송통신 독립성’을 담아야 할 것이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