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구개발(R&D) 사업의 성과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민간분야의 ‘계약’과 같은 형태의 책임개발제를 도입한다.
특정 기간에 전폭적으로 지원하지만 개발 주체가 처음 정한 기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형태로 관리를 강화한다.
14일 정부 및 관련 연구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국가 R&D 체계의 혁신과 함께 더욱 나은 결실을 얻기 위해 올해 안으로 가칭 ‘정부 R&D 책임(계약) 개발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세부 계획을 마련 중이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가 R&D시스템의 대개편에 따른 후속 방안으로, R&D 사업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선진국과 벌어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극약 처방인 셈이다.
그동안 연구계는 책임개발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연구자들이 본연의 연구에 몰두하지 못하고, 프로젝트 수주 전문가로 뛰어야 하는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서다. 책임개발제를 시행하면 연구자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R&D에만 집중하면 된다. 한눈팔지 않고 R&D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제도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나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 위반 수준의 목표 미달이 현실로 판명되면 R&D 사업 배정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연구복을 벗어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 측은 이 제도 도입에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R&D 체계와 제도를 바꾸겠다고 칼을 빼든만큼, 제도 시행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더구나 국가 R&D의 품질 향상, 성과 중심 평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코드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지경부 한 고위 간부는 “정부 R&D 예산의 수혜자만 있고, R&D 결과물의 수요자는 없는 구조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관행 깨기에 돌입한 국가 R&D의 성공 여부는 책임개발제 시행으로 먼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진호기자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