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지진 여파, `첨단기술산단의 꿈`도 차질

 중국 쓰촨성 지진 여파로 현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공장의 조업이 중단되는 등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쓰촨 지방은 ‘판다의 서식지’ ‘중국의 대표 낙후 산간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첨단기술기업도 많이 들어섰다. 최근 수년간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시가 첨단기술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두시투자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청두는 중국 내 5대 첨단산업단지 중 하나다.

 이번 지진으로 눈에 띄는 피해를 본 기업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다. EE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이 4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청두 CPU 칩세트 공장의 가동이 지진으로 전격 중단됐다. 이 공장에는 1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낸시 장 인텔 대변인은 “지진 충격으로 공장이 자동 중단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직원들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했으며 공장 재가동 시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중국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쓰촨 공장도 무기한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다. 연간 1만3000대 규모 미니버스와 SUV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도 1600명이 넘는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1억7500만달러 규모로 건설한 청두 공장도 반도체 생산을 멈췄다.

 이 밖에 모토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쓰촨 지역에 사무소를 연 다국적 기업도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 측은 “400명이 근무하는 공장에 피해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지역 사무실을 잠시 폐쇄했으나, 다시 열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170개가 넘는 일본 회사가 진출한 쓰촨 지역의 지진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타 히로코 일본 경제재정담당상은 “쓰촨 지진은 중국 경제에 먼저 영향을 줄 것이지만,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아직 중국 경제 피해가 얼마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본에 미칠 피해 규모도 짐작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에 중국 신식산업부 산하 조사기관인 CCID 리 케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진 피해는 쓰촨성에 한정돼 있으며 다행히도 반도체 공장의 절반 이상이 자리 잡고 있는 상하이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와 이동통신업체들은 쓰촨성에 불필요한 통화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안부를 묻는 등 쓰촨성 지역 통화량이 평소보다 10배가량 폭증하면서 통신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류현정·이동인 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