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반도체 출신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표이사가 된 이윤우 부회장을 비롯한 권오현 반도체총괄, 임형규 신사업팀장 등 이날 인사에 포함된 사장 대부분이 반도체 분야를 두루 거치며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들이다.
유임된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 이상완 LCD총괄 사장,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 등도 모두 반도체 출신이다. 반도체를 잘 아는 인물이 경영진에 대거 포함되면서 이건희 회장과 그룹 전략기획실 부재로 인해 반도체 투자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외부의 우려도 일단 불식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인사에서 특히 주목할 반도체 출신 사장은 권오현 사장과 임형규 사장이다. 메모리 또는 비메모리에 치우친 다른 반도체 출신 사장과 달리 두 사람은 양 사업 부문을 두루 거쳤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시각을 가진 사장들이다.
권오현 반도체총괄 사장은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한 주인공으로 1997년부터 시스템LSI 분야로 보직을 변경, 최근까지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을 총괄하는 사업부장을 맡아왔다. 그는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이끌어온 진대제 전 사장, 황창규 사장 등에 가려졌지만 묵묵히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을 권오현 사장이 맡으면서 벌써부터 비메모리(시스템LSI) 분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을 총괄해왔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반도체총괄과 함께 당분간 시스템LSI사업부장도 겸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황창규 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했던 것과 대조된다. 권오현 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발판으로 체질을 비메모리 쪽으로 확대해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업체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임형규 사장 역시 메모리와 비베모리 사업을 두루 거치며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오늘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사장은 외견상 겸임해온 종합기술원장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신사업팀을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경영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신사업팀은 TV·반도체·휴대폰을 이어갈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다.
두 사장의 전면 배치가 언젠가 복귀할 이재용 전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두 사장의 임무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고 이는 이재용 전무 복귀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두 사장과 이상완 사장을 비롯한 유임 사장들은 반도체사업부 시절부터 이윤우 부회장에게서 두터운 신임을 얻은 전문 기술경영인들이다. 이윤우 부회장 체제가 조기에 안정화하고, 삼성전자의 기술 경영도 한층 고도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문정기자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