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교차 구매를 추진한다.
성사되면 양사의 패널 조달물량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대만 LCD 패널의 수입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한 실마리를 찾게 된다.▶하단 관련기사 참조
15일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산업 발전전략 보고회’에서 삼성전자 TV사업부는 LG디스플레이에서 37인치 LCD 모듈을, LG전자는 삼성전자 LCD총괄에서 52인치 LCD 모듈을 각각 공급받기로 하고, 오는 7월 교차구매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방문한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수급상황을 봐가며 구체적인 물량과 가격 등을 결정할 것”이라며 “일단 긍정적으로 추진하되 양사의 협의에 따라 7월께 (그 여부를)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의 눈
삼성과 LG의 패널 교차구매는 사실 1년이 넘도록 지키지 않은 유일한 ‘약속’이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 결성 당시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장비 교차발주와 더불어 패널 교차구매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장비 교차발주는 양사가 각각 한 개 협력사를 선정하며 그나마 시늉이라도 냈지만 패널 교차구매는 지금까지 답보였다. 그만큼 양사의 골이 깊다는 방증이다.
이날 보고회에서 발표할 10개년 발전전략 수립과정에도 패널 교차구매를 실천 계획에 넣을지를 놓고 양사는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 TV사업부의 반대 의사가 강했다는 후문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구입할 의향도 적고, 가뜩이나 패널 수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자사 LCD총괄이 52인치 패널을 LG전자에 공급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TV 사업부는 전체 TV용 LCD 패널 가운데 자사 LCD총괄에서 40%를, 나머지 60% 정도를 대만 패널업체에서 조달해왔다. LG전자도 LG디스플레이에서 66% 정도의 패널을 공급받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를 대만에서 사들여왔다.
발전전략에 패널 교차구매가 삽입되기까지는 여론의 압박과 더불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가진 디스플레이산업 간담회에서도 삼성과 LG의 전향적인 실천의지를 촉구했으며, 이번 발전전략의 핵심 과제로 패널 교차구매를 성사시키는 데 관심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과 LG가 패널 교차 구매 추진을 공언했다. 일단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커졌다. 문제는 이상완 사장이 밝힌 대로 수급 상황이다. 지금처럼 패널이 달리는 상황이 더욱 가속화한다면 대량 구매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외 약속과 실리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현재로선 명분을 따르면서 물량을 적게 가져가는 상징적인 구매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교차 구매의 취지는 반감하게 된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