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디스플레이 업계재편 가속화

  패널생산을 둘러싸고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샤프와 도시바 간의 LCD패널 및 반도체 상호공급확대 제휴를 비롯해 마쓰시타는 히타치 및 도시바와 공동출자로 설립했던 액정패널 제조 합작회사 IPS알파테크놀로지의 자회사화를 발표했다. 최근엔 샤프와 소니가 오사카 사카이 신공장 패널 공동생산 계획을, 소니와 삼성전자는 한국 내 8-2라인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업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패널 수급의 불균형이 있다. 지난해는 LCD패널 생산시설이 없는 TV제조사에 매우 힘든 한 해였다. 한국과 대만의 패널 제조사가 이전까지 공급과잉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며 TV용 패널 설비확충을 억제한 결과, 급증하는 TV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LCD TV의 볼륨존인 32인치 패널 가격은 지속되던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반전됐고, TV 완제품 가격 하락세도 지난해 가을부터 멈춘 상태다.

지난해 패널 공급부족으로 일본 TV제조사가 본 피해는 적지 않다. 마쓰시타는 작년 목표 LCD TV 400만대 출하를 달성하지 못했고, 중견 AV제조사인 후나이전기는 계획대로 패널을 조달하지 못해 적자로 전락했다.

LCD TV의 시장확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TV제조사는 생산 부족에 따른 점유율 하락을 회피하기 위해 패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일제히 나선 것이다. 마쓰시타는 IPS알파를 자회사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효고현 히메지시에 약 3000억엔(3조원)을 투입해 신공장을 건설한다.

한편 이번 업계재편에는 패널 공급 측의 리스크 분산 목적도 있다. 현재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샤프도 소니, 도시바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거듭되는 투자로 인해 늘어나는 생산물량의 해소 문제다.

LCD TV의 패널 생산은 수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장치산업이다. 샤프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생산효율이 높은 대형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공장을 건설해 비용 우위를 무기로 이윤을 창출해왔다. 이러한 비용 우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해 총 3800억엔(3조8000억원)을 투입, 세계 최대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제10세대 신공장을 사카이시에 건설 중이다. 풀 가동 시 생산능력은 40인치 환산 연간 1200만대 이상에 이르는 거대 공장이다.

한편 샤프의 지난해 LCD TV 판매대수는 소형 크기를 포함하더라도 900만대에 미치지 못한다. LCD TV 수요가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재의 메인공장인 카메야마 제1, 2공장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자사 TV로 해소할 수 있는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신공장의 가동률을 높여 거액의 투자를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판매력을 자랑하는 소니와 같은 강력한 파트너와 손을 잡을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도 패널 생산체제의 업계 재편이 이어지겠지만 완성품 TV제조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극심한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것은 틀림없다. 특히 제조사 각사가 주력 모델로 생산하고 있는 40인치 이상 대형 크기의 가격은 앞으로도 연간 20∼30%씩 하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윤확보에 고전하는 제조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TV는 AV가전의 중심적인 존재여서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 철수를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적자가 이어지게 된다면 패널 생산뿐 아니라 TV 본체 생산체제의 재편과 도태로 발전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체력적으로 열위(劣位)에 있는 중견제조사는 이미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일본빅터는 TV사업 부진으로 2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TV사업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경영 재건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고, PDP패널 생산철수를 발표한 파이어니어도 어느 정도의 수익개선이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극단적으로 보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마쓰시타, 샤프 정도라 할 수 있고 소니, 히타치, 도시바 등 대기업 제조사도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어려운 경쟁상황에서 언제 누가 탈락하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OTRA 나고야무역관 과장 박영환 pyh@kotra.or.kr